방송사 - 외주사 ‘상생’ 파트너 돼야 콘텐츠 산업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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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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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주제작 제도 개선 전문가 좌담회

지난달 29일 동아일보가 마련한 ‘외주제작 제도 개선과 합리적인 콘텐츠 거래 관행 정착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참석자들은 “종합편성채널은 방송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권창범 법률사무소 인 대표변호사, 김승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 한균태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사회), 신상용 독립제작사협회 사무총장, 안인배 ㈜코엔 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29일 동아일보가 마련한 ‘외주제작 제도 개선과 합리적인 콘텐츠 거래 관행 정착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참석자들은 “종합편성채널은 방송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권창범 법률사무소 인 대표변호사, 김승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 한균태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사회), 신상용 독립제작사협회 사무총장, 안인배 ㈜코엔 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방송통신의 융합, 종합편성채널 출범 등 방송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방송 콘텐츠 산업 발전의 장애로 지적돼온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방송 콘텐츠 전문가들은 종편이 콘텐츠시장 질서 확립에 긍정적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9일 마련한 ‘외주제작 제도 개선과 합리적인 콘텐츠 거래 관행 정착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참석자들은 “외주제작사는 저작권 배분, 제작비 지급 등에서 방송사에 종속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며 “종편과 외주제작사는 콘텐츠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좌담회는 한균태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의 사회로 김승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 신상용 독립제작사협회 사무총장, 안인배 예능 프로그램 제작사 ㈜코엔 대표,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권창범 법률사무소 인 대표변호사가 참석했으며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9층 대회의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 방송사-외주제작사 저작권 ‘불균형’

∇한균태 교수=외주제작 제도 개선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지향하면서 꼭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방송법은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의무 편성을 규정하고 있고 여러 가지 제도적인 지원 장치가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관계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에 콘텐츠산업이 활성화하지 못했다. 올해 말 종편 사업자가 선정되면 콘텐츠 생산능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승수 사무총장=용어 정리부터 해야 한다. 외주제작사라는 용어는 기본적으로 방송사 쪽에서 본 것이다. ‘독립제작사’가 적합한 용어다.

∇신상용 사무총장=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독립제작사 390여 곳 중에서 17곳만이 종업원 50명 이상으로, 나머지는 중소기업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의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기 위해 외주제작 의무편성비율, 협찬고지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저작권이다. 방송사는 자신이 제작비를 댔으므로 저작권도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케이블, 위성,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의 저작권도 모두 방송사가 가진다. 그러나 제작사가 구성 대본 등을 다 짜고 실제로 제작한다. 방송사가 광고 수익을 가져가되 제작사가 제작에 참여하는 만큼 저작권을 활용해서 얻은 수익은 제작사에 나눠줘야 한다.

∇조윤선 의원=외주제작 제도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규제는 필요하되 최소화해야 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하는지에 대한 계약조항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의 계약상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위가 권고할 수 있을 것이다. 외주제작 형태에 따라 저작권 귀속 형태도 다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권창범 변호사=콘텐츠 제작에서 방송사와 독립제작사의 기여분이 교차할 때 저작권을 누구한테 귀속시켜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시장에 맡기기에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작사의 견해다. 제작사는 편성권이라는 무기를 가진 방송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제작사협회가 저작권 신탁관리협회로 등록해서 저작권 문제를 힘이 약한 개별 제작사에 맡기지 말고 협회 차원에서 행사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 “부족한 제작비, 프로그램 질 저하로 이어져”

∇안인배 대표=우리나라 방송콘텐츠업계는 지나치게 방송사에 권력이 집중돼 있다. 독립제작사 중에서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2003년부터 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방송사에서 제작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제작사들은 신입사원 초봉으로 100만 원을 주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방송사가 제작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니까 제작사는 좋은 인력을 데려올 수 없고 좋은 회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작권보다 제작비 지급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제작비를 제대로 받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나중에 방송사와 작품으로 저작권 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

∇김 사무총장=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상생 해법이 많이 나오는데 영상 콘텐츠 제작에 적용할 해법도 있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공정위는 담당부서를 신설하고 방송사와 제작사 간에 체결된 계약서 샘플을 보면서 연구해야 한다. 외주제작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도 만들었으면 한다.

∇신 사무총장=과거 촬영할 때 1억 원이 넘는 고화질 카메라를 쓰던 교양 다큐멘터리 제작사는 요즘 500만 원짜리 카메라를 사용한다. 방송사가 주는 돈에 맞추다 보니 제작사도 비용을 점점 줄일 수밖에 없다. 스태프 등 영세한 하부조직이 피해를 보게 되고, 질 낮은 프로그램을 봐야 하는 시청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

○ 취약한 외주제작사 불공정거래서 보호를

∇한 교수=방송사는 제작사가 제작비나 협찬비를 불투명하게 집행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제작비 산정이 어렵다고 한다.

∇안 대표=우리나라에 1000개가 넘는 제작사가 있는데 양심적인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일부 제작사가 제작비를 받아 주식 등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출연료를 안 준 사례도 있을 것이다.

∇신 사무총장=원래 협찬고지는 영세한 외주사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요즘 제작사가 협찬을 받아와도 협찬사가 협찬비를 제작사에 주지 않고 바로 방송사로 계좌이체를 한다. 제작사로서는 협찬을 받아도 즐겁지 않다. 방송사는 협찬비를 이용해서 제작비를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조 의원=제작사의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입법 차원에서 외주제작사의 법적 지위와 외주제작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저작권과 각종 계약 행태가 현행법 위반인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찾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떤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지 이해당사자들과 방통위가 정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김 사무총장=2004년 방송위원회 주도로 법률 방송 전문가들이 모여 외주제작 표준계약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 방송법상의 의무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 이런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권 변호사=방송사는 보도, 편성, 방송기술 부분에 힘을 쏟고, 제작 부분을 끌고 갈 독립 스튜디오 형태의 대형 제작사가 나와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 지금처럼 방송사가 편성권을 무기 삼아 제작 현실을 왜곡하면 둘 다 공멸하거나 국내시장에 안주할 수밖에 없다. 외주제작사가 구조적으로 취약해서 불공정거래가 발생한다면 한시적으로 제작사를 보호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사례를 참고해서 5년간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한해 지상파 방송사가 저작권을 소유하지 못하게 한다든지, 배급권을 갖지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보호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 방송사의 제작비 지급, 수익 배분이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분기 또는 반기별로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재허가 심사 때 반영하는 방안도 있다. 제작사에 대해서는 전문인력을 확보했는지, 제작비를 투명하게 집행했는지, 주가 조작 등 범죄행위는 없었는지 등을 조사해서 주무부처에서 공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종편, 콘텐츠시장 새로운 패러다임 형성

▽한 교수=종편이 선정돼서 콘텐츠 창구가 다원화되면 지상파 방송사의 독점적 지위가 약해질 것이다. 유료방송 가입자 비율이 90%에 이르기 때문에 종편이 지상파와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은 충분하다.

▽김 사무총장=종편 채널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채널 번호를 부여해서 지상파와 맞먹는 경쟁력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마다 각기 다른 번호에 종편을 배정하면 배우들이 출연하려고 하지 않고 섭외 자체도 안 될 것이다. 전국 동일번호는 종편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왜곡된 콘텐츠시장 구조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는 길이다. 또 종편을 허가할 때 콘텐츠시장의 모순을 해결할 방안을 포함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외주제작 편성비율을 높이는 실행 방안과 구체적인 타임스케줄, 저작권 보호와 공정한 거래를 담보할 수 있는 계약서 제시 등을 봐야 한다.

▽조 의원=지상파 방송사도 종편 도입, 방송통신융합시대의 도래에 직면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권 변호사=종편이 선정되면 콘텐츠 제작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합리적인 콘텐츠 거래 관행이 정착하려면 지상파에 대항할 만한 채널이 생겨야 한다. 종편이 새로운 거래 관행을 만들어 나가면 오히려 지상파도 영향을 받아서 서로 상생하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출연료 미지급 사태 해법은 ▼
제작비 30%를 계약금으로 방송사가 먼저 지급해줘야


지난달 초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은 외주제작 드라마에 대한 출연료 미지급을 이유로 방송 3사의 외주제작 드라마 13편에 대해 촬영을 거부했다. 촬영 거부 사태는 방송사가 미지급 출연료를 지급 보증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지만 방송업계에서는 출연료 문제를 포함한 외주제작 제도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불공정 거래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방송사와 제작사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연기자와 스태프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에는 지난 20여 년에 걸쳐 종속적 관계가 형성돼 왔고 한예조의 촬영 거부 사태는 이 문제가 폭발한 것”이라며 현재 미지급 출연료는 한예조에 가입한 연기자와 가입하지 않은 연기자를 모두 합쳐 70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신상용 독립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제작사는 스타급 연기자나 작가를 영입하지 않으면 방송사 편성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스타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 스타급 연기자에게 제작비의 상당 부분이 지출되면서 일반 출연진과 스태프 등 영세한 하부구조는 돈을 늦게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안인배 ㈜코엔 대표는 “제작사가 힘이 있어야 스타급 연기자의 고액 출연료를 막을 수 있는 협상력이 생기는데 지금은 이런 영향력을 가진 제작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출연료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와 납품계약서를 쓸 때 제작비의 30%를 계약금으로 먼저 지불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제작사는 계약금에 공탁을 걸어놓고 회당 출연료 200만 원 이하의 연기자와 스태프에게 출연료를 주지 못할 경우 공탁금에서 지불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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