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연기파 배우 김인권, 코 수술하러 성형외과에 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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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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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신현빈, 김정태와 육상효 감독. 연합
김인권, 신현빈, 김정태와 육상효 감독. 연합
'취직을 위해 부탄 사람으로 변신한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작은 키, 허름하게 생긴 얼굴로 신입사원 채용 면접만 가면 미끄러지는 청년이 있다. 백수인데다 외모 콤플렉스까지 더해져 일생생활까지 어려워질 찰나, 친구가 그의 이국적인 외모를 살려 동남아시아 인으로 위장 취업을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해온다.

'달마야 서울가자' 육상효 감독(46)의 신작 '방가방가'는 부탄인 '방가'로 변신한 백수 방태식의 유쾌한 성공기를 다룬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방태식 역은 영화 '해운대'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단독 CF 'KT QOOK 인터넷 패밀리 편'까지 찍은 김인권(32)이 맡았다. 태식의 든든한 친구이자 노래방 주인인 용철 역은 영화 '마음이 2'와 드라마 '나쁜남자'의 김정태(38)가, 태식의 마음을 훔치는 베트남 처녀 장미는 신예 신현빈(24)이 연기했다. 방가의 의자 공장 동료들로는 한국에 체류하는 동남아시아 인들이 캐스팅됐다.

8월 30일 오전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는 육 감독과 김인권, 김정태, 신현빈이 참석해 영화의 성공을 기원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는 불법 체류자까지 합쳐 약 68만 명. 영화가 자칫 이주노동자를 희화화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감독은 "영화의 시선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므로 그런 우려는 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고민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가방가'에서 베트남 여성 장미를 연기한 신인배우 신현빈. 연합
'방가방가'에서 베트남 여성 장미를 연기한 신인배우 신현빈. 연합

▶ 신현빈, 첫 만남에 김인권 엉덩이만 4~5시간 만져

-김인권 씨 첫 단독 주연인데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김인권 : 부담이 컸다. 내 외모가 멋있고 잘생긴 남자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관객이 볼 때 못난 사람이 나와서 웃겨주니까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방태식은 하늘에서 내려준 배역이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 달라.

김인권 : 영화 촬영 들어가기 2주 전에 캐스팅되는 행운을 누렸다. 육상효 감독의 '금홍아, 금홍아' '장미빛 인생'을 좋아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내가 그 분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었다. (내가 나오는) 분량이 많아서 4개 신 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나왔다. 촬영 내내 현장에 붙어있으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 훌륭한 정태 형님과 함께 했는데 웃느라고 연기를 못할 정도였다. 좋은 커트가 많았는데 내가 NG를 내서 쓸 수 없게 됐다. 신현빈 씨는 처음 영화에 출연했다. 내 엉덩이에 묻은 본드가 신현빈씨 손에 붙는 장면을 연기했는데 4~5시간 동안 촬영을 했다. (엉덩이를 만지게 해) 정말 죄송했다.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영화를 준비했나?

김인권 : 방태식이 영화 속에서 부탄 사람 행세를 해야 하니까 '인셉션'을 찍는 듯한 느낌이었다. 외국인의 다양한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충청도 사투리는 금산 출신인 감독님을 흉내 냈다.

-김정태 씨는 악역만 하다가 처음 코믹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김정태 : 최초는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코미디 연기를 해왔는데 시청률 면에서 좋지 않아서 빛을 못 봤다. 용철이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그림처럼 그 캐릭터가 그려졌다. 처음 읽었는데 묘한 화학적 반응이랄까, 빠른 감정 이입이 됐다.

-악역과 코믹한 역할 중 어떤 게 더 매력이 있나.

김정태 : 역할대로 다 매력이 있었다. 악역은 배우로서 카리스마나 포스를 키워준 캐릭터이고, 코미디 장르는 연기할 때 마음을 화사하게 해준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지금까지는 악역으로 더 유명하지만 '방가방가'를 계기로 재밌는 모습도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김인권은  ‘방가방가’에서 부탄인 ‘방가’로 변신한 백수 방태식으로 첫 주연 신고식을 했다. 연합
김인권은 ‘방가방가’에서 부탄인 ‘방가’로 변신한 백수 방태식으로 첫 주연 신고식을 했다. 연합

▶ 김인권 "나는 미남"…김정태 "김인권 외모는 좌파, 나는 중도"

-배우 자신이 생각하는 본인의 외모는 어떤가.

김인권 : 나는 미남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위해서 타고난 얼굴이다. 과거 내가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가까운 외국(동남아시아)으로 나가면 괜찮은 외모라는 말을 듣곤 했다. 내 외모를 사랑한다.

김정태 : 배우로서 내 외모에 만족한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김인권 씨처럼 좌파도 아니고 중도의 길을 걸어가기 때문에 이 정도면 적당하다고 본다.

육 감독 : 얼마 전 성형외과를 하는 후배를 만났는데, '술을 사라. 3년 전에 김인권이 코 수술을 해달라고 왔는데 그냥 돌려보내서 이번 영화가 잘 완성된 것 같다'고 하더라. 인권 씨가 외모를 서구적으로 바꿔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김인권 : 실제로 그 때 (성형외과에) 갔다.

김정태 : 좌파가 아니라 공산당이구먼!

김인권 : 직업이 배우인데 이대로 그냥 있는 건 직무유기가 아닌가 해서 노력하는 차원에서 가본 것인데 (코가 너무 큰 프랑스 배우) 의사 선생님이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예를 들면서 돌려보냈다. (웃음)

-영화가 동남아시아 사람을 희화한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육상효 감독 : 시나리오 쓸 때 스태프 중에도 그걸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면 희화화해도 좋다는 생각이다. 이미 시사회에서 동남아 사람들이 많이 봤는데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그들을 친근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 부분에 있어선 부담이 없다.

김정태 :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인권 씨와 신현빈 씨는 동남아인을 흉내를 내거나 동남아인으로 분했는데 어떤 준비를 했는가.

신현빈 : 영화에서 베트남 여자 역할을 했는데, 다른 외국인보다 생소했다. 감독님에게 베트남 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소개받아 그 나라 문화나 20대 베트남 여성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인권 : 부탄인인 척 하고 취직을 하는 설정이라서 동남아인들을 관찰하고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연기에 중점을 뒀다. 오히려 동남아인처럼 보이면 안 되는 '사기꾼' 역할이라서 그럴싸하게 보여선 안 됐다.

김정태 : 서울 지역 노래방 주인 300명을 대상으로 취재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안산에 있는 노래방 주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웃음)

-외국인 배우가 많이 나오는데 섭외를 어떻게 했나.

육 감독 : 동남아시아 전문배우가 없어서 처음 섭외에 애먹었다. 인도네시아인 라자 역할을 한 배우는 자카르타 국민대학 교수로 내 강의를 듣던 학생이다. 평소 굉장히 영리하고 재밌어서 있어서 캐스팅했다. 알리라는 사람은 실제 방글라데시 사람인데, '전국노래자랑' 충북 진천 편에서 금상을 탔다는 기사를 읽고 달려가서 만났다. 연기를 처음 하지만 눈빛에서 진실성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은 16살 때부터 한국에 와 모델을 하며 연예인을 꿈꾸던 사람이고, 네팔 청년은 네팔에서 오디션까지 했는데 결국 못 찾아서 한국계 미국인을 네팔인으로 분장해 출연시켰다. 알리라는 친구가 벌써 다른 영화에 캐스팅됐고, 우리 영화에서 코믹한 엑스트라를 하던 친구가 '아저씨'에서는 조직원으로 나왔다. 보람이 있다.

‘방가방가’에서  ‘뽕삘’ 충만한 노래방 주인 용철을 연기한 김정태. 연합
‘방가방가’에서 ‘뽕삘’ 충만한 노래방 주인 용철을 연기한 김정태. 연합

▶ '즉흥 연기의 제왕' 김정태…NG 유발자

-김정태 씨와 신현빈 씨에게 질문한다. 촬영 중 고생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신현빈 : 영화를 겨울에 찍었는데 장비가 얼어서 촬영이 지연된 적이 있었다. 반면에 눈이 많이 와서 아름다운 화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정태 : 제일 추웠던 날이 영하 21도였다. 세트장에 가려면 오르막길을 지나야 하는데 차가 못 올라갈 정도였다. 추워서 고생했던 게 제일 기억나고, 노래방 신을 찍을 때 배우들이 너무나 즐거워해서 NG가 많이 났다.

김인권 : 김 선배는 대사를 안 외워온다. 대사를 할 때마다 달라지고, 대사를 10개 정도 만들어서 그걸 푸는 건지. (웃음)

-이주 노동자들에게 우리 가요 '찬찬찬'을 가르치는 장면이 예고편에 나오는 데 그것도 애드립인가.

김정태 : 그것은 기본 대사를 기본으로 해서 자유로운 연기를 펼쳐갔다. 그거 제일 처음 찍은 장면인데 감독님과 서먹서먹한 상태에서 무자비한 애드립을 했다.

육 감독 : 처음에는 애드립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점점 중독돼 갔다. 나중에는 애드립이 없으면 심심할 정도였다.

육 감독이 5년 동안 기획한 끝에 완성한 '방가방가'는 9월 30일 개봉한다. 탄탄한 시나리오로 '내 깡패 같은 애인', '죽이고 싶은' 등과 함께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제작지원작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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