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軍, 선박에 진입과정중 발포…아랍권-유럽 “비인도적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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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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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가자 구호선 공격2008년 9월부터 해상봉쇄 뚫고 구호품 전달이 “항행 차단”-구호선단 “강행” 예견된 충돌터 키총리 남미서 급거귀국… 네타냐후 방미 취소

이스라엘 해군이 공해상에서 국제구호선단을 가로막는 과정에서 발포해 사상자 수십 명이 발생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아랍권은 물론이고 유럽까지 가세해 이스라엘의 행동을 맹비난했다.

○ 예견된 충돌

친팔레스타인 국제인권운동 조직인 ‘자유가자운동’과 터키의 이슬람 구호단체 ‘인도적 구호기금(IHH)’이 구성한 이른바 ‘자유선단’은 지난달 30일 오전 터키 남부 섬나라 키프로스를 출발했다. IHH와 자유가자운동이 마련한 6척의 배에는 식품, 전동휠체어, 건축자재 등 구호품과 대다수 터키인을 비롯한 유럽의 인권운동가 60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유럽의회 이슬람계 의원 수십 명과 197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영국의 메어리드 코리건매과이어 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 3척과 헬리콥터로 편성된 이스라엘 해군은 31일 새벽 구호선단과 맞닥뜨렸다. 이스라엘군 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구호선단에 가자지구 북쪽 아슈도드 항구로 뱃머리를 돌리면 구호품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전달하겠다고 알렸지만 구호선단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해군 특수부대원들은 구호선단을 아슈도드 항구로 끌고 가기 위해 가장 큰 터키 국적 배 위에 헬리콥터를 이용해 내렸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정부 마크 레게브 대변인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배에 있던 운동가들이 먼저 쇠파이프와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총까지 쏘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가자운동 지도부의 그레타 베를린 씨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운동가들은 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기관실과 엔진실을 지키려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선단은 이스라엘 해군에 이끌려 아슈도드 항구에 정박했다. 이스라엘 병사 5∼10명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스라엘, 가자지구 3년 봉쇄

이스라엘은 2007년 6월 팔레스타인 과격집단인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이웃국가 이집트와 함께 가자지구를 봉쇄했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 사람들은 식수 같은 생필품이 모자라 심한 고통을 겪었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봉쇄 철회를 요구해 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매주 구호품 1만5000t을 가자지구에 들여보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유엔은 그 정도는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필요한 수준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집트 쪽으로 판 땅굴들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몰래 들여오고 있다. 자유가자운동은 2008년 9월부터 이날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해상으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시도를 했고 이번이 가장 큰 규모다.

하마스는 전 세계 이슬람인의 궐기를 촉구했고,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학살’로 규정하며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 비난에 휩싸인 이스라엘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은 아랍권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의 비난에 휩싸였다. 이스라엘도 1일로 예정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워싱턴 회담까지 취소하는 등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자국민 사상자가 많았던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시민 1만여 명이 이스라엘 규탄시위를 벌였다. 남미를 순방 중이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도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다.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대사를 소환했고, 러시아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개탄했다. 그리스는 이스라엘과의 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번 비극이 벌어진 정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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