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김마스타 ‘홍대인디열전’]인디계 만능예술인 ‘무중력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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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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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중력 소년' 김영수의 이보다 화려할 수 없는 작업이력
● 삼성생명 CM송 '안녕하세요~'의 작곡가



한 우물 파는 사람은 대접 못 받는다. 멀티플레이어가 각광받는 시대이다.

멀티플레이어의 대명사 '맥가이버 칼'을 떠올려 보자. 날카로운 칼 뿐만 아니라 드라이버, 집게 가위 송곳 등이 한 데 모여 있어 상황에 따라 이것저것 빼서 쓰기에 아주 요긴하다.

사람도 맥가이버 칼 같은 부류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안정감을 주고,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전천후로 적응해 내는 그런 사람 말이다. '무중력소년'은 요즘 홍대에서 맥가이버 칼 같은 멀티뮤지션으로 통한다.



■ "대학가면 드럼 사줄게"라는 아버지의 꼬임이 넘어가…

무중력 소년? 본명은 김영수이고 올해로 어느덧 서른이다. 강원도 사람 특유의 너스레는 기본이고 드러머에서 출발해 은근슬쩍 싱어송라이터로 이적하고도 주변의 뮤지션들에게 언제나 꼭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는 전천후 뮤지션이다.

19살 때부터 홍대 앞에서 아는 형님들과 함께 일했다.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노브레인' '크라잉넛' 같은 펑크씬부터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가며 자기만의 음악 색깔을 만들어온 그는 삼년 전 '무중력소년'이란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서든 록 사운드로 아메리칸 정통 로큰롤을 지향하며, 가수 김수철이 언젠가 뉴올리언스에서 느꼈다는 컨츄리의 매력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그의 음악엔 평범한 20대 한국 청춘의 방황과 사랑의 여정이 녹아있다.

그의 곡 중에 '산'과 영화 OST로 접할 수 있는 '디어 마이 프렌드(Dear my friend)'가 있다. '산'은 어쿠스틱 기타에 마이크 8대를 대고 녹음한 곡으로 중간에 산과 계곡을 휘감아 나오는 바람소리를 닮은 가야금 소리를 접할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에 포진한 수많은 소녀취향의 음악들 속에서 무중력소년의 음악은 어덜트 컨템포러리(성인취향)로 분류해야 적합할 듯하다.

그의 첫 밴드는 제이콥스래더(Jacob's ladder)라는 팀이다. 그는 좀 특이한 계기로 데뷔하게 되는데, '대학 가면 드럼 사준다'는 아버지의 당근작전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약속에 핑핑 놀기만 했던 소년은 대학에 들어가고, 약속대로 국내에 두 대밖에 없다는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드럼세트를 인수 받았다. 물론 금세 음악에 빠져 대학을 휴학하고 밴드한다며 서울로 올라오긴 했지만.

드러머 생활을 하던 그는 짬짬이 '소히' '시와' '스카피쉬' 등 걸출한 여성 보컬과 협연했다. 그런 이력들이 쌓여 지금은 프로듀서 겸 작곡가로 밴드생활을 하게 됐는데, 최근엔 임재범과 KCM 그리고 이지훈의 일본투어에서 퍼커셔니스트(드럼 심벌즈 등 타악기 연주자)로 참여, 독특한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현재 그는 자신의 데뷔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1년째 그 작업에 몰두중이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어 김영수의 오지랖은 넓기만 하다.



■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만능해결사'

자신의 앨범을 준비하기도 바쁜 시기에 '위기의 삼춘들'이란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참여했고, 장편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 '소년감독'의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디지털 싱글 'Dear My Friend', '너는 날아가고 나는 달려가고'를 발매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의 활동 내역은 이 좁은 공간에 다 담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김의철 문지환 윤연선 이성원 등과 '우리노래 지킴이'에서 퍼커셔니스트로 활동하고, 트러스트현대무용단 무용극 '올리브 All Live'에서 드럼을 맡았으며, 부산 국제 무용극제에서 공연했다. 강풀 만화 원작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음악을 담당했고, 헬로루키 EBS공감 라이브 세션에 참여했으며, '백창우의 태아를 위한 동요' 녹음 세션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영화 '김씨표류기'와 '에일리언 밴드' OST에 참여했고, 가수 요조의 드럼 및 퍼커션 세션도 맡았다.

자신의 프로젝트 명인 '무중력소년'은 아즈키 료의 일본만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실제 그의 어덜트 컨템포러리 음악 속에선 만화적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데뷔앨범 작업 중인 노래 '물감'을 우연한 기회에 들은 강산에와 김C 같은 선배 뮤지션들이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동료에게 재능의 베풂이 넉넉한 무중력소년은 요즘 필자의 신보 '마스타&피아노'에서 7명의 피아니스트와 작업을 하고 있고, 동시에 요조와 달빛요정 만루홈런, 크랑잉넛과 함께 '서유쌍기' 신작을 앞에 건 '주성치영화제'에서 음악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물감

물감이라도 먹고 싶어 검은색 물감을 삼켜서라도
내 마음 속 너를 지울 수 있다면 덮어 지울 수 있다면
물감이라도 먹고 싶어 붉은색 물감을 삼켜서라도
새로운 사랑을 그릴 수 있다면 다시 그릴 수 있다면
마음이 마음대로 된다면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오늘 오후 4시부로 너를 잊고 저녁엔 웃으며 술 한 잔 할 수 있을 텐데
물감이라도 먹고 싶어 그렇게 해서라도
물러서지 않는 너의 환영과 안녕을


무중력소년의 가장 최근작은 나문희와 김혜수 그리고 가수 비가 나와 부르는, '안녕하세요~' 하는 삼성생명 CM송이다.

대중과의 소통의 맛을 알아가는 이 서른 살의 청년이 이제 출발대에 서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있다. 그가 우리들의 텁텁한 삶에 별 사탕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김마스타 / 가수 겸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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