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선고 앞두고 새 수사…檢-한 前총리 대결 새 국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 전면수사 파장
검찰 “제보 들어와 착수”
선고결과 상관없이 수사할 듯
일각 “별건 수사” 논란 일어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새로이 전면 수사에 나서면서 ‘5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던 검찰과 한 전 총리의 대결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9일로 예정된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의 선고 결과가 유죄든, 무죄든 관계없이 계속 수사를 벌여 추가 기소까지 할 방침이다. 9일 무죄 선고가 날 경우 ‘뇌물 수수 혐의자’의 꼬리표를 떼고 곧바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던 한 전 총리로서는 또다시 넘어야 할 고비에 부닥친 셈이다.

○ 표적수사?-검찰 “제보로 수사”

5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 공판에서 수세에 몰린 검찰 내에서는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포착되자 “이번엔 확실하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2007년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을 앞두고 수차례에 걸쳐 현금과 달러화로 9억여 원을 건넸다는 건설시행사 H사 대표 한모 씨(복역 중)의 진술을 확보한 데다 자금의 출처와 흐름도 어느 정도 파악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한 씨가 종친회 고위 간부의 아들이며, 한 전 총리가 17대 국회의원일 때 지역구(경기 고양 일산갑)에서 대규모 상가 개발사업을 해 알게 된 사이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대선 경선 출마 채비에 나섰으며, 그해 9월 경선 과정에서 이해찬 전 총리 지지를 선언하면서 후보직을 사퇴했다.

최근 검찰은 한 씨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자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거액이 건네졌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 수사에 5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가 아닌 특수1부(부장 김기동)를 투입했다.

그러나 검찰이 새로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별건수사’ ‘표적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5만 달러 수수 사건 공판에서 유죄 판결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전혀 다른 사안을 건드리고 나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을 의식한 탓인지 검찰은 이번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수사가 제보에 따른 것이며 5만 달러 사건의 1심 선고를 코앞에 두고 판결에 영향을 주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를) 기소한 뒤 다른 신고가 들어와 이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수사기관의 임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새로 수사에 착수한 것을 근거로 한 전 총리 공판의 선고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재판부에 새 수사 내용을 제출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러한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5만 달러’ 사건 선고는 9일 예정대로

5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은 예정대로 9일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의 김형두 부장판사는 8일 “현재까지 검찰 쪽에서 (변론 재개나 선고 연기에 관해) 아무 얘기도 없었다”며 “공판 조서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이의가 없는지 확인한 뒤 곧바로 판결을 선고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은 9일 오후 2시 예정대로 선고가 내려지고 이와 별도로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수사를 계속해 가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5만 달러 수수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9일 마무리되는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확보해 한 전 총리를 다시 소환 조사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리고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5만 달러 뇌물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사건은 당사자(한 전 총리)가 동일하고 사건의 연계성도 있는 만큼 항소심에서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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