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수하는 순간 칠흑 같은 어둠이 홍웅 씨(26)의 온몸을 감쌌다. 물 밑은커녕 바로 옆에서 잠수를 돕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과 자신의 몸에 달린 수심계측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4년 넘게 복무하고 평소 스쿠버다이빙을 즐겨왔던 그지만 덜컥 겁이 났다. 순간 공포감이 밀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로프를 꽉 움켜쥐었다. 아득한 심연이 펼쳐진 아래로 조금씩 손을 바꿔가며 내려갔다. 얼마나 갔을까. 갑자기 찬 기운이 덮쳤다. 바닷물의 수온이 갈리는 구간이었다. 두통이 일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몸은 거센 조류에 쉴 새 없이 밀렸다. 함께 내려가는 SSU 대원에게 잠시 쉬자고 수신호를 보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몸을 움직인 지 얼마 안 돼 한층 차가워진 물이 덮쳐왔다. 또 다른 수온 구간. 갑자기 얼얼하고 지끈한 느낌이 머리를 급습했다.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홍 씨는 잠시 기절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SSU 대원이 홍 씨와 자신의 손을 연결한 줄을 당겨 홍 씨를 깨우고 있었다. ‘더는 안 되겠다.’ 저 아래 천안함에 갇혀있을 김경수 중사(35), 임재엽 하사(26)의 얼굴이 아른거렸지만 엄지손가락을 들고 수면 방향을 가리켰다.
31일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만난 홍 씨는 “아침부터 코피를 쏟았다”고 말했다. 잠수병 후유증이었다. 홍 씨는 천안함 침몰사고 후 해군에 민간구조지원대 조직을 건의하고 첫 자원자로 나선 민간잠수경력자. 이번에 실종된 천안함 승조원들은 모두 홍 씨의 선후배들이다.
지난달 28일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 백령도 작전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SSU에서 미확인 물체를 발견했으니 입수해서 확인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흔쾌히 수락하고 고속단정에 올랐다. 홍 씨는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신 가족 분들에게 상황이 어떻다는 걸 몸소 체험해 보여드리겠다”며 물에 들어갔다.
“혹시 뒤통수를 세게 맞아본 적이 있나요? 입수했을 때 꼭 그런 느낌이었어요. 신경계가 둔해지고 앞이 안 보이고 호흡이 빨라지고….” 쇼크였다. 28일 오후 7시경 수중 작업에 투입된 홍 씨는 10분 만에 구조돼 광양함에서 치료를 받았다.
30일 천안함 함수 수색작업 도중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요원 한주호 준위(53)의 순직 소식을 전해 들은 홍 씨는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빈소에 조문을 가고 싶어도 준위님 영정 앞에 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혼신을 다하신 한 준위님이 존경스럽다”고도 덧붙였다.
홍 씨는 몸이 나아지면 다시 수색작업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바다에 들어간 뒤 잠수병 환자가 많이 나오겠다 예상했지만 사망자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최악의 환경에서 애를 쓰고 있는 만큼 구조대의 간절한 소망이 하늘에 닿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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