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클럽] 스타들 이름 내건 ‘동네 야구장’ 만들자

  • 입력 2009년 8월 31일 08시 51분


평생을 아끼고 모은 거액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분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우리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양의 탈을 쓴 여우같은 인사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몰염치한 인물들, 사욕을 채우기 위해 조용한 연못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는 인물들, 권력과 부를 찾기에만 골몰하는 인물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좋다.

며칠 전 롯데 박정태 코치가 어린이 야구팀을 만들어 야구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다는 흐뭇한 소식이 소개됐다.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 중 불우이웃돕기, 야구저변확대, 모교 발전을 위해 금액의 다소를 떠나 기부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필자가 느끼기엔 좀 더 활발한 기부 문화나 야구 발전을 위한 봉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자유계약선수가 되어 거금(?)을 손에 쥔 선수나 야구로 큰 혜택을 입은 야구인들이 사회 공헌차원이란 거창한 구호는 아니더라도 야구 발전을 위한 환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의 간이 야구장 건립, 어린이 야구단 봉사 활동, 동호인 야구에 대한 애정과 기술 지원 등 주변을 둘러보면 여러 분야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군, 면, 동 단위의 조그만 간이 야구장건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시골이나 도회지 동네에 우리 스타들 이름의 ○○○ 야구장을 많이 만들고 틈이 나면 기술지도도 해주면서 그들을 감동 속으로 빠져들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몇 백억원을 기부한 분의 상큼한 조크가 기억난다. 고인이 되신 이병철, 정주영 회장께서 저승에 올 땐 돈을 다 버리고 오라고 했다는 농담을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되새겨 볼만 하지 않을까?

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야구계도 갈수록 이기적이고 살벌한 분위기마저 감도는 경우를 가끔 느낀다.

지금처럼 눈치 보기 바쁘고, 권력에 줄서기에 골몰하면서 자신만 잘 살고 많이 벌면 그만이라는 인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야구계 문화와 전통은 비뚤어진다.

잘못된 문화와 인습을 나중에 시정하려면 몇 배의 시간과 고통이 뒤따른다.

현역 선수들이나 은퇴하는 선수들이 일부 선배들의 잘못된 관행을 따르지 말고, 좋은 점만 배우면서 좋은 야구문화를 만드는데 솔선수범하기를 기대해 본다.

500만 관중 돌파 속에 가려져 있는 야구 문화의 퇴행성 치유 문제는 전적으로 야구인들에게 달려있다.

한국야구가 거품에 취해 망가지는 줄 모르고 있었다는 소리를 나중에 듣지 않도록 야구계 모두가 지금쯤 옷깃을 여밀 때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화보]재치있는 입심으로 화제에 오른 허구연 해설위원
[화보]‘악바리’ 박정태, 그가 걸어온 야구인생
[관련기사]남해안에 ‘야구캠프장 벨트’ 만들자
[관련기사]자존심 살려야 한화 살아난다
[관련기사]선수 줄부상… 시설물 투자 좀 하시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