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8월 12일 02시 5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우선 내가 매일 먹고 버리는 음식물 찌꺼기는 생각을 바꾸면 훌륭한 퇴비가 된다. 지금까지 도시에서 나오는 많은 음식물 찌꺼기가 폐기물로 취급됐다. 우리 집에서 매일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는 먼 곳에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라 가까운 우리 밭을 가꾸고 황폐한 땅을 가꾸는 귀중한 퇴비의 원료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녹색국가의 새싹이 움튼다. 음식물 찌꺼기 처리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고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 발생하지만 음식물 찌꺼기를 잘 활용하면 흙을 살리고 물을 살리고 공기를 살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퇴비는 농민이 거름으로 쓰는 지저분한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순환을 통해 환경을 깨끗이 하는 데 쓸 수 있는 중요한 청소부이며 자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로 도시민도 농업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 자기 집 가까운 곳에서 텃밭이나 자투리땅을 이용해 농사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자. 도시민이 도시에서 농업을 실천하면서 농업을 이해하고 나아가 도시와 농촌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농산물이 공산품처럼 똑같은 모양으로 뚝딱 만들어지지 않고 자연의 힘과 인간의 땀으로 생산된다는 점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게 된다.
녹색국가의 핵심은 내 가족의 음식물 찌꺼기부터 활용해 가족이 먹을 것을 스스로 생산하는 터전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도시 로컬푸드 운동은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중요한 운동의 하나이다. 스스로 생산하는 일에 관심과 적극성을 가질 때 녹색국가의 토대는 새롭게 구축된다. 도시민의 많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시기이다.
‘흙살림’이라는 단체는 수도권의 2500가구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 주민과 함께 도농(都農) 상생을 위한 작은 실험을 준비한다. 도시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를 건강한 흙으로 재생해 도심의 부족한 흙을 보충하고, 텃밭과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로컬푸드 운동’과 ‘쓰레기 선순환 방식을 활용한 운동’이다. 친환경 농산물 소비에서 소외된 도시의 저소득층이 운송비 및 유통비용이 절감된 지역 농산물을 생산해보자는 취지이다. 이런 시스템으로 주민에게 저가의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고, 순환을 통해 재생된 흙으로 만든 화단과 텃밭에 친환경적인 주거 환경을 꾸밀 수 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의 수거-집하-처리 과정이 지역 내에서 즉각적으로 이뤄지면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t당 8만 원) 및 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흙으로 재생하는 과정과 도시 텃밭 운영 과정에서 녹색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하다.
현 정부 들어 녹색성장, 생태복원, 기후변화 대책이 붐이다. 슬로건의 화려함에 앞서 진정한 ‘녹색’의 삶은 불편함과 느림을 즐기는 삶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진짜 녹색 삶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하는 운동과 실험을 성공시켜 유기농산물로 저소득층 도시민을 살리고, 우리 농촌도 살리고 싶다.
이태근 흙살림 회장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