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전택수]동의보감을 미래산업에 활용하자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8분


바베이도스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 현장에서

유네스코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세계적 휴양지인 바베이도스에서 한국의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동의보감은 전문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생활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의약재로 처방을 내린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의 대중 보건의학서로 인정받았다. 동시에 동의보감은 세계적인 문화 영향력과 역사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으면서 우수하고도 진귀한 기록정보를 담고 있다는 인증도 받게 됐다.

한국은 1997년 처음으로 등재된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을 필두로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판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까지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해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 폴란드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세계기록유산을 가진 국가가 됐다. 선조들의 찬란한 정신문화 업적이 세계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한껏 느끼게 하는 동시에 21세기 창의시대에 우리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한다.

많은 사람은 묻는다. 유네스코에 등재되면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는가. 그 답은 직접적인 보상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우리에게 각종 의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세계기록유산은 한국인만의 것이 아니고 세계인과 후세의 공동 재산이므로 한국 정부에 기록유산을 잘 보존할 다양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 유네스코는 그동안 쌓은 높은 명성과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도록 허용해줄 뿐이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학자들이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독특하다고 인정받은 이들 7건의 내용, 의미, 배경 등을 철저히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를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제조업에 문화를 입히는 데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의보감과 관련지어 보면 이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도서관, 경기 과천시의 국사편찬위원회, 서울대 규장각도서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국립중앙도서관 등을 연결하는 세계기록유산 관광벨트를 조성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 외에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네스코 인증제는 세계적인 전문 학자들에 의해 운영되므로 등재된 항목 및 지역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소프트파워를 가지는 것으로 공인받는다.

유네스코는 최근 들어 각종 인증제가 지역주민의 생활수준 개선에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유네스코의 높은 인지도를 담은 이름과 로고를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특히 유네스코는 인간과 생물권 보전지역, 창의도시 네트워크, 세계지질공원, 그리고 지속 가능한 역사지구 등에서는 각 지역의 핵심적인 가치를 철저히 보존하는 동시에 지역주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오늘날의 경쟁 개념은 국가 간보다는 도시 간 경쟁으로, 하드파워에서 지역적 소프트파워를 갖추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적 명품도시들이 유네스코의 인증제를 활용하여 고생산성 근로자들(creative class)이 선호하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는 데서 잘 나타난다. 우리 지방자치단체들도 새로운 경쟁환경에서 저비용으로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유네스코의 각종 인증제를 획득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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