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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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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법관 문제는 정치권의 대리전으로까지 옮겨 붙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발의하겠다고 나서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았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물러날 사람은 오히려 뒤에서 부채질하고 있는 박시환 대법관”이라며 “박 대법관은 법관의 소양과 자격을 갖추지 못한 비겁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작 사법부의 수장(首長)인 이용훈 대법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대법관은 다섯 번째 ‘사법파동’ 운운하며 지금 사법부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태를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4·19혁명이나 6월 민주항쟁 때와 같은 혁명적 상황에 견주었다. 현재의 사법부가 처한 상황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친 자유당 독재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치하와 같다는 말인가. 6월 민주항쟁으로 얻은 소중한 민주화를 모독하는 말처럼 들린다. 백보를 양보해도 대법관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법원조직법과 대법원규칙에 따르면 사무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판사회의는 대법관 거취문제를 논의할 권한이 없다. 대법관의 신분에 관한 사항은 하급심 판사들의 소관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앞장서 존중해야 할 판사들이 운동권 모임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판사들이 이러니 법원직원노동조합 간부까지 나서 신 대법관은 사퇴하라고 어이없는 요구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사법부 사태는 박 대법관이 주도적 역할을 했던 ‘우리 법 연구회’라는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과 관련이 있다는 법조인들의 시각이 있다. 이념 편향의 판사 연구모임은 사법부에서 사라지는 것이 좋다. 이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 “우리 법 연구회 같은 조직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적으로 말한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방치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은 사법부 및 법관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같은 본질적 문제에 관해 진지한 연구 검토를 해야 할 때다. 이제 ‘마녀사냥’ 같은 사퇴압박은 중단돼야 한다.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 추락을 막기 위해 이 대법원장의 리더십과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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