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모종린]G20 외교, 장외국가에 눈을 돌리자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한국이 새로운 세계경제 통치구조를 설계하는 주요 20개국(G20)에 참여한 일은 분명 행운이자 기회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여 국제사회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한국이 이미 잘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한국이 자체 역량을 결집하면 G20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며, 실제로 런던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 방지와 신흥경제 및 개발도상국 지원에 대한 합의를 이끄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필자도 정부의 인식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미국의 동료학자들이 필자에게 한국의 방침과 평가에 관해 문의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의 영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피부로 느낀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해외언론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주요 외신은 런던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외신은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미흡한 성과를 얻은 지도자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정부가 국제여론의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해외언론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소극적인 G20 외교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G20 정책을 기술적인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G20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대안을 논의하는 회의라고 규정하면서 정부는 회원국 간의 정책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국의 대안을 제시하고 관철하는 데 주력한다.

선진-개도국 중재역할 사라져

그러나 G20은 열강이 21세기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냉정한 국제정치의 현장이다. 정치적 영향력의 뒷받침 없이 정책전문성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한국의 정치력은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는데 정부는 어떤 국가의 도움으로, 어떤 국가그룹을 대변해서 한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정부는 G20 참여 국가와의 공조를 강조해 왔지만 G20 회원국 중에서 한국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는 국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미국 중국 유럽 등 한국의 지지를 요구하는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어느 편도 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가 희망하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선진국과 개도국 진영의 주요 국가가 모두 G20에 참여하므로 선진국과 개도국은 G20에서 한국과 같은 중진국의 중재가 없어도 직접 협상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장외로 눈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 G20의 틀 밖에서, 즉 G20에 참여하지 못하는 국가 사이에서 지지세력을 찾는 일이다. 전 세계 200여 개국 가운데 G20에 참여하는 국가는 20개국에 불과하다. 따라서 G20 회원국은 일정한 대표성을 지녔으며 이 대표성의 수준으로 회원국의 영향력이 결정된다.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에는 그룹 대표성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의 대표성은 우선 동아시아 역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아시아의 G20 회원국으로서 한국은 몽골, 북한, 대만,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G20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국가의 의견과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한국은 지역대표로서 적지 않은 비교우위도 갖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는 경제규모가 작거나 경제발전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 일본과 같은 강대국보다는 역내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강대국의 영향력에 취약한 한국을 지역대표로 신뢰하고 지지할 여지가 많다. 한국이 대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국가군은 무역의존도가 높으며 경제규모가 작아 G20에 참여하지 못하는 강소국이다. 따라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의 강소국으로 시작해 유럽과 중남미의 강소국을 연결하는 세계 강소국 연대를 구축하고 이 그룹의 리더로서 활동해야 한다.

세계무역 강소국의 리더 돼야

G20 정상회의는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지금까지 경제위기 극복과 금융개혁 논의를 주도했고 현재로선 G20 외에 뚜렷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현재 추세라면 G20은 구속력 있는 국제규범을 제정하는 공식적인 국제기구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장기적으로 G20 리더십을 유지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경제 운영에 확실한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작년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G8의 대안으로 주요 개도국 6개국을 추가한 G14를 제안했을 때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았음을 유념해야 한다. G20 외교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전략과 추진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다. 전략적으로는 G20 장내와 장외를 연결하는 통합적인 외교전략이 중요한데, 특히 G20 과정에서 소외된 동아시아 국가와 강소국을 움직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효과적인 추진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 추진기구의 권한을 강화하고 충분한 자원을 배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안민정책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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