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 고통분담 없으면 車회사 세금 지원 말라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2000년 이전에 등록된 노후 차량을 교체할 경우 새 차의 세금을 최대 250만 원까지 깎아주는 감세 혜택이 시행된다. 그렇지만 애초 정부가 지원 조건으로 제시했던 ‘자동차 노사의 자구(自救)노력’은 온데간데없다.

세금 지원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동차 노사가 먼저 고통분담을 통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자동차 업계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전제하에서 이번 지원방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8일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은 “노사 선진화 조건을 언제 우리가 이야기했느냐”고 반문했다. 임 차관 말 한마디에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은 국민정서를 달래기 위해 빈말을 한 ‘못 믿을 정부’의 장본인이 됐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도 후방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위축을 막기 위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자동차 노사의 고통분담이 대전제다. 미국 GM은 즉각 자동차노조(UAW) 소속 시간제 근로자 7500명을 퇴직시키기로 했고 노조도 이에 합의했다. 중국 자동차회사 근로자들보다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귀족노조’는 구조조정 반대만 외친다. 현대차 노사는 일거리가 넘치는 공장과 부족한 공장 간의 일감 나누기 문제 하나를 타결하는 데만도 한 달을 끌었다. 9일 현대차 노사가 구성하기로 한 특별노사협의체는 언제 성과를 낼지 알 수 없다.

자동차업계에 대한 세금 지원은 전자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해 특혜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지원에 앞서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기반을 강화하라’고 업계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동차 노사의 임금협상에 시일이 걸린다면 최대한 양보하고 협력한다는 노사의 약속이라도 받아냈어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판단기준이 없다”면서 물러섰다. 임 차관은 “업계의 자구노력 정도는 소비자와 시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금 감면 혜택을 보기 위해 자동차를 교체하는 소비자가 많다면 자동차 노사에 자구노력 합격점을 주겠다는 소리인가.

정부가 포기한 자동차 노사의 자구노력 요구를 이젠 국회가 할 수밖에 없다. 관련 세법 개정안을 심의할 때 특혜성 지원에 걸맞은 자구노력에 자동차 노사가 합의하도록 조건을 달아야 한다. 이것은 세계 자동차산업 재편 과정에서 한국 업계가 생산성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자동차 노조의 철밥통을 키워주기 위해 국민 세금만 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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