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철호]원자력 수출로 국가브랜드 높이자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다국적 브랜드 조사기관인 안홀트-GMI는 2008년도 한국의 국가브랜드 순위를 33위로 발표했고, 현대경제연구원도 우리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2006년도 기준으로 5043억 달러로 미국의 4%, 일본의 16%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브랜드 가치 비중은 60% 정도로 70%를 상회하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다.

국가브랜드는 곧 국가경쟁력이다. 금년 1월에 KOTRA가 외국 바이어에게 ‘한국 상품에 대한 지불 기대가격’을 조사했더니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30% 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수준의 제품을 비교할 때 미국산은 135달러를 받는 반면 국산품은 100달러밖에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만일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를 높여 디스카운트 요율을 10%가량 줄여놨더라면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100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작년(수출 약 4200억 달러)의 경우에도 오히려 3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 각국이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1월에 정부는 앞으로 4년 내에 국가브랜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5위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대통령직속국가브랜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가브랜드 제고 노력은 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국가브랜드 가치는 정부 수출 문화 국민성 여행 및 이민과 투자에 대한 종합평가 결과이므로 모든 분야에서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문화와 스포츠는 국가브랜드의 중요한 콘텐츠다. 서울 올림픽과 2002 한일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여준 강한 정신력과 페어플레이, 세계인의 혼을 사로잡은 김연아 선수, 그리고 개개인이 베푼 친절 하나하나가 국가브랜드 요소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는 고품격 세계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국제규범 준수,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원조, 국제봉사활동 확대와 함께 국제적인 이슈가 되는 대형 프로젝트 참여 역시 국가브랜드와의 연계성이 매우 높다.

오늘날 국제적인 이슈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불안정한 국제유가를 극복하고 지구촌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로 이끌 수 있는 에너지원인 원자력이다. 현재 세계 전력의 16%를 공급하는 원자력 발전은 2030년까지 1000조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 프랑스와 함께 원자력 발전 수출 경쟁에 뛰어들었다. 원자력 플랜트 수출은 일반 상품 판매와 다르다. 대한민국의 기술과 도덕, 안전수준에 대한 무한신뢰를 함께 수출하는 셈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등 전 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안전규제기술력, 글로벌 원자력안전 리더십 등 한국의 우수한 원자력안전 프로그램 수출은 국가브랜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 안전에 대한 확신만큼 세계인에게 믿음을 주며 국가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주는 아이콘은 없다. 대통령도 작년 건국 60주년 기념사에서 녹색성장국가와 아울러 안전선진국 만들기를 천명한 바 있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가원자력안전망에 더해 산업 교통 식품 일상생활 등 총체적인 안전선진국을 향해 국력을 모아야 할 때다. 그리하여 국민행복시대의 구현, 원자력 플랜트 수출 촉진은 물론, 국가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전환적 계기를 만들 수 있는 1석3조의 해법으로 삼아야 한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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