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이렇게 뚫었죠]LG텔레콤 인턴 거쳐 입사한 정수원 - 김태완 씨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토익, 학점? 그보다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이죠. 자신감을 갖고 세상과 부딪쳐 보면 언젠가는 길이 열릴 겁니다!” 6주간의 인턴 기간을 거쳐 지난해 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LG텔레콤 신입사원 정수원(왼쪽), 김태완 씨. 이들은 “백화점 아르바이트, 농구화 판매 등 다양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토익, 학점? 그보다 중요한 건 다양한 경험이죠. 자신감을 갖고 세상과 부딪쳐 보면 언젠가는 길이 열릴 겁니다!” 6주간의 인턴 기간을 거쳐 지난해 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LG텔레콤 신입사원 정수원(왼쪽), 김태완 씨. 이들은 “백화점 아르바이트, 농구화 판매 등 다양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쇼핑몰 차리고 백화점서 알바 책벌레보다는 나을거라 자신”

지난해 11월 LG텔레콤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은 김태완 씨(27·마케팅 전략담당 고객분석팀)와 정수원 씨(24·강북사업부 종로지점 영업1부문).

이들은 작년 2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인턴사원이 된 뒤 업무 잠재력을 인정받아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당당히 입사한 두 사람에게 “어떤 면에서 가장 자신 있었느냐”는 질문을 던져 봤다. 이들은 학점, 토익점수,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Spec·취업에 필요한 자격 조건)’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강조한 것은 바로 ‘경험’이었다.

○ 백화점 ‘호객행위’부터 농구화 판매까지

지난해 상반기 LG텔레콤 인턴사원 100명 모집에 몰려든 응시자는 2500명. 화려한 학점,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로 무장한 경쟁자가 대거 몰렸다.

그에 비해 두 사람의 학점은 3점대 초반, 토익 점수는 각각 840점과 915점. 뛰어나긴 했지만 최고 점수는 아니었다. 자격증도 없었다.

대신 조용히 도서관에서 책만 보던 다른 지원자들과는 달리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자신감이었다.

고객분석팀을 지원한 김 씨는 군 제대 후 친구와 온라인 농구화 판매 쇼핑몰 ‘어시스트 킹’을 운영한 경험을 앞세웠다.

평소 농구를 즐겨하던 그는 포지션별로 선호하는 농구화가 따로 있다는 것에 착안해 친구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의 한 신발매장과 계약하고 한 시즌 지난 운동화를 들여와 싼값(7만∼12만 원)에 판 것이다. 전공(성균관대 수학과 졸업)과 무관한 고객 관리에 흥미를 느낀 그는 학과 선후배, 농구장 친구들 등에게 홍보하며 1년 새 3000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영업부문을 지원한 정 씨는 백화점 아르바이트 경험을 강조했다.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과외 아르바이트 대신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백화점 잡화매장에서 일했다.

그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 물건을 판매하고 열심히 뛴 만큼 실적이 나온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전공(서강대 영문과 졸업)과 관계없는 영업직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면접 전까지 2주간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LG텔레콤 대리점에 직접 방문해 시장조사를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모두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은 자신감이 원동력이었다.

○ 업무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감’

지난해 인턴사원 100명 중 신입사원으로 선발된 인원은 김 씨와 정 씨를 포함해 총 74명이었다.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공개채용이 아니고 오랜 시간 천천히 평가가 이루어지는 만큼 이들은 “긴 호흡을 갖고 신뢰감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뢰를 위해 김 씨가 목표로 한 것은 바로 출근시간. 경기 평택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해야 했던 그는 집이 멀어서 지각도 봐줄 것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깨고 매일 오전 7시 40분까지 출근했다.

오전 4시 반에 일어나려면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항상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무광택 왁스까지 바르는 등 외모에도 신경을 썼다.

정 씨 역시 ‘영업직’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무거운 기기 박스를 직접 들어 옮기는 등 “여자가 왜 그러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일에 솔선수범했다.

두 사람은 “인턴 채용 과정에서 ‘스펙’만 믿는 시기는 지났다”며 “자신감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인턴 기간에 나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합격 요인

―주어진 과제를 착실히 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긴 출근시간에도 지각 한 번 하지 않는 근무태도 등 ‘성실함’이 주요 합격 요인이었음.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선배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자신을 고치는 모습을 보여 높은 점수를 받음.(이상 김태완)

―인턴 활동 전부터 회사에 대한 사전준비를 많이 했음. 여기에 적극적인 자세까지 더해져 면접관들의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해 높은 점수를 받음.

―‘적극성’을 보여 높은 점수를 받음. 여직원들은 대리점 관리 업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입사 전부터 대리점을 찾아가 업무를 파악하는 열의를 보임.(이상 정수원)

LG Telecom은 어떤 회사

2006년부터 인턴제도 실시 타사와 달리 채용까지 연결

LG그룹 통신부문 계열사인 LG텔레콤은 1996년 7월 설립됐다. 회사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매출액 4조7980억 원(서비스 매출 3조4323억 원), 영업이익은 3790억 원이다. 올해 2월까지 가입자는 829만 명에 이른다.

LG텔레콤은 2006년 인턴제도를 도입했다. 단순한 인턴제도에 그치지 않고 채용까지 이어지는 것이 다른 회사들과의 차별점이다.

전형 과정은 ‘1차 면접(인턴 선발 과정)→6주간 인턴→2차 면접(정규직원 채용 과정)’으로 구성된다. LG텔레콤의 입사 기본 자격조건은 학점 3.5(5.0 만점 기준) 이상, 어학 성적은 토익 성적 기준으로 네트워크와 영업 등의 지원자(이공계)는 600점, 마케팅 지원자는 750점 이상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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