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기아차 BW 8조 대박…자금시장 봄날 오는 신호?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국내증시 전망 밝게 봐

뭉칫돈 들고 대거 청약

일부선 “확대 해석 무리”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시중의 돈은 머니마켓펀드(MMF), 은행예금 등 안전자산에 집중됐습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에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와도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 뭉칫돈 수조 원이 한 금융상품에 쏠려 화제입니다. 바로 기아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입니다.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16, 17일 이틀 동안 진행된 4000억 원 규모의 기아차 BW 청약에 무려 8조 원이 몰렸습니다. 개인투자자 대상 청약은 7.4 대 1, 기관 및 외국인 대상 청약은 4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개인 고객이 7억4000만 원을 들고 영업점에 갔더라도 1억 원밖에 배정받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경쟁률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수억 원을 들고 온 고객도 있었다고 합니다.

기아차 BW를 사면 확정이자를 받는 ‘채권’과 기아차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를 함께 받습니다. 채권이자를 받으면서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차익도 노릴 수 있는 것이죠. 채권은 연 1%의 표면금리가 3개월마다 지급되며, 3년 만기까지 보유하면 만기일에 원금 대비 14.56%의 이자를 추가로 받습니다.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가격은 주당 6880원으로 18일 종가보다 990원 낮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기아차 BW의 인기를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습니다.

우선 그동안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대출, 회사채 발행이 힘들었던 기업들이 BW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점차 자금시장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입니다.

대부분의 BW 투자자가 신주인수권 행사를 염두에 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전망이 밝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주식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면 이 정도의 인기는 못 끌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기아차 BW 발행 성공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업체가 비교적 선전하는 등 최근의 여건 호전 덕분에 성공적인 발행이 가능했던 것일 뿐 본격적인 신용경색 해소 조짐으로 받아들이는 건 시기상조라는 것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금융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웃는 날이 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지연 경제부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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