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불황기의 역발상 도전 ‘구본무 리더십’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어려워도’, ‘어렵다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최근 발언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구 회장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도 “아무리 어려워도 LG만의 차별화된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연구개발(R&D) 투자는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미나에 참석한 LG 경영진 300여 명에게 “현안 해결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며 이렇게 당부했다.

불황을 극복하고 시장의 리더로 발돋움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LG 관계자들은 “구 회장의 경영 방침을 반영해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LG의 올해 투자 규모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을 금명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다. 계속되는 불황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사람과 미래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LG 계열사 CEO들과 각각 만나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 어렵다고 사람 안 뽑으면 안 된다”고 한 당부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일부 직장인 사이에 ‘어렵다고 밥 한번 안 사면 안 된다’, ‘어렵다고 자녀 교육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는 패러디 농담까지 나돌 정도였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의 이런 경영 기조가 ‘인위적 감원(減員) 없는 위기 극복’ 전략으로 이어졌고 최근의 ‘잡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 운동’을 불러일으킨 기폭제까지 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실제로 LG그룹은 8일 대졸 신입사원을 당초 계획(3000명)보다 1000명 많은 4000명을 뽑겠다고 발표하며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섰다.

구 회장의 ‘어렵다고/어려워도’ 리더십은 결국 모두 힘을 모아 지금의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만들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이 의구심에 대한 구 회장의 대답은 올해 초 신년사에 담겨 있다.

“어렵다고 현안에만 몰두하면 2, 3년 후 더는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스스로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의 ‘무모한 도전’이 희망의 해피 엔딩으로 끝나길 기대한다.

부형권 산업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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