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해카톤 합시다” 700명이 피자 먹으며 아이디어 파티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 미국의 제안 프로그램

미국의 사회적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은 개설된 지 5년 만에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페이스북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이들이 ‘해카톤(Hackathon)’이라고 부르는 전사적 제안 프로그램이다.

해카톤은 즉흥적이고 자발적인 파티에 가깝다. 누구라도 마음이 내키면 “여러분, 우리 해카톤 합시다” 하며 직원들을 초대한다. 오후쯤 700여 명의 직원들이 하나둘씩 큰 방에 모인다. 이어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키는 대로 골라 피자를 먹으면서 밤새 구현해본다.

해카톤의 성공은 상식적으로 보면 미스터리다. 해카톤에 참가한 프로그래머들에게 왜 그리 열심히 하느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재미있어서.” “뿌듯해서.”

○ 제안제도 활성화, 열쇠는 ‘분위기’

아무리 제도를 공들여 잘 만들어 놨어도 ‘분위기’가 썰렁하면 사람들이 제안을 안 한다. 시키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알짜배기 제안을 쏟아내는 조직의 분위기는 어떻게 다를까.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라는 게 있다. 중세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음악가, 미술가, 철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들 간의 교류에서 생긴 시너지로 르네상스를 창출한 데서 유래한 용어다. 이 원리가 제안제도에 적용되려면 ‘열린 문화’가 필요하다. 누구나 똑똑하고 할 말이 있다는 생각으로 부서 간 장벽을 낮춰,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촉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원을 존중하는 문화가 퍼져 있는 조직에서는 제안이 끊이지 않는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허브 켈러허 사장은 직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연료비가 상승해 위기이니, 여러분이 비용 절감 아이디어를 내어 회사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 말 한마디로 사내에 ‘말하면 통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 “이게 일이라니? 신나게 노는 중인데!”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제도를 만들어도, 구성원들은 이미 하고 있는 업무로 바빠 여전히 부담스럽다. 노는 것처럼 ‘몰입’해서 일하는 문화를 가진 조직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좋아서 온갖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

혁신적인 기업 목록에 단골로 등장하는 3M, 구글, 고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업무시간 중에 직원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일부 할당해둔 것이다.

위성사진으로 세계 어느 곳이라도 볼 수 있는 인터넷 지도인 ‘구글 어스’는 구글의 자랑거리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직원은 “회사 식당에서 ‘구글 어스를 만든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야!’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은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경영지식의무한보고-동아비즈니스리뷰(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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