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스페인서 떠올린 ‘휴대전화와 황영조 정신’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2등하느니 죽는다” 각오

세계 금메달 따내길 기대

스페인 바르셀로나 한복판 ‘스페인 광장’에서 한 사나이를 떠올립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한국에 광복 후 처음 마라톤 금메달을 선사한 황영조 선수.

이곳 스페인 광장은 그가 결승점인 몬주익 경기장을 향해 3km를 남기고 사력을 다해 치고 나간 곳입니다.

당시 기온은 28도, 습도 80%. 덥고 습해 마라토너에겐 최악의 조건이었죠. 더욱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의 고개’로 불리는 가파른 오르막.

그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2등을 하느니 죽는다”라고 마음먹고 오히려 속도를 더 냅니다. 그때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경쟁을 벌이던 일본 모리시타 선수가 순식간에 뒤로 처졌습니다.

스페인 광장에 붙은 ‘피라 바르셀로나’ 전시장에선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9’가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습니다. 경기 침체로 올해 휴대전화 시장이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본부장들은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전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라고 걱정합니다.

지친 황영조를 기다리고 있던 오르막과 꼭 닮은 꼴입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요.

한국 휴대전화 업계의 최대 경쟁자인 핀란드 노키아의 움직임이 최근 심상찮습니다. 노키아는 11일 핀란드 살로 공장 종업원의 30%를 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입니다. 노키아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했고 시장점유율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신제품 전략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노키아는 ‘효율성’을 강조해 e메일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이 강화된 기기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움직여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애플의 아이폰이 나온 뒤 세계적으로 ‘터치’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과 LG전자는 노키아와 달리 고객의 감각과 감성에 호소하는 제품을 들고 나와 호평을 받았습니다.

부스에서 만난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이번 불황이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스페인 광장에서 기원해 봅니다.

한국 휴대전화 업계가 독한 정신력으로, 강한 자신감으로 불황을 기회 삼아 1위로 올라서기를,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기를….

황영조 선수가 그랬듯 말입니다.

す慕關옆款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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