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누나가 여자 피겨의 인기를 살렸듯이 저도 남자 피겨 붐을 일으키고 싶어요.”
국내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피겨 여왕’ 김연아(19·군포 수리고)의 등장으로 봄을 맞고 있다. 반면 남자 피겨스케이팅은 여전히 겨울이다. 하지만 그 겨울은 오래가지 않을 듯하다. ‘남자 김연아’를 꿈꾸는 샛별이 떴기 때문이다.
10일 끝난 전국선수권대회 주니어 남자 싱글에서 우승한 이동원(13·과천초)이 주인공. 그는 종합 144.62점을 얻어 2위 이준형(능내초·117.56점)을 큰 점수 차로 제쳤다. 시니어 남자 싱글 우승자 김민석(불암고·132.55점)보다 높은 점수.
김연아와 김나영(19·인천 연수여고)을 가르쳤던 신혜숙 코치에게 지난해부터 지도를 받고 나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아시안트로피 노비스(유소년)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신 코치는 “동원이는 발전 속도가 빠르다. 김연아 못지않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칭찬했다.
또래 선수들이 하지 못하는 트리플 점프 5개를 모두 소화해 내는 이동원은 실력만 출중한 것이 아니다. 쇼맨십도 뛰어나다.
지난해 5월 열린 한 아이스쇼에서 그는 복싱 선수 복장을 하고 귀여운 연기를 펼쳐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시상식 직후 빙판으로 뛰어들어 점프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또래들과는 달리 TV 볼 시간도 없다. 훈련만 하기에도 하루가 짧다. 그는 “훈련장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 어느새 자야 할 시간이 된다”며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순간은 잘 안되던 점프를 성공했을 때”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그의 목표는 국내 1인자를 넘어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
“2014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꼭 따고 싶어요. 국내에 유명한 남자 피겨 선수가 없는 만큼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