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태호]녹색성장, 국제협력 전략을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최근 녹색성장과 관련된 여러 정책이 발표되었다. 이들 정책의 골자는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친환경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낸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친환경산업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 ‘녹색기술 연구개발 종합대책’을 별도로 마련하여 원천기술과 공공기술 등을 중점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녹색기술 연구개발 투자규모를 2012년까지 2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하였다.

이와 유사한 계획이 과거 석유파동이 있을 때마다 발표되었지만 얼마 후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흐지부지되었던 점을 상기할 때 이번 녹색성장정책도 마찬가지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다행히 이번 친환경 녹색성장정책은 미래성장을 위해서뿐 아니라 앞으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기후변화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 수립된 방안이어서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기술의 연구개발은 재원만 투입된다고 해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이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다양한 녹색기술을 우리의 힘만으로 개발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기술이 앞선 외국과의 협력을 새로운 전략의 하나로 시도해야 한다.

‘부품 국산화’ 실패 되풀이 말아야

기술 분야에 있어서 국제협력의 필요성은 1970, 80년대에 정부가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했던 ‘부품 및 소재 국산화대책’의 경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선진국, 특히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오던 부품과 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하려고 했다. 그러나 부품과 소재의 수입은 예상한 것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즉 국산화 대책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총수입의 40%가량이 수출용 수입이며 이 중 많은 부분을 아직도 부품과 소재가 차지하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와 같이 원천기술이 없거나 제조기술이 취약한 경우 정부가 대규모 재원을 투입한다고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국산화대책’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난 20∼30년 동안 국제협력을 통해 부품과 소재를 외국기업과 공동으로 개발·생산했다면 이들의 수입의존도는 크게 줄어들었고 그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 특히 대일 무역수지 적자도 큰 폭으로 개선되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데 있어 우리의 힘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제협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여러 국가의 비교우위를 다양한 형태의 국제협력을 통해 활용하는 방안이 국산화를 고집하는 방향보다 훨씬 더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대체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덴마크나 독일같이 우리보다 앞선 국가와의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작년 가을 국내의 한 회사가 독일의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보슈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전지를 공동 개발·생산하기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한 일은 기술 분야 국제협력의 좋은 예라고 하겠다.

또한 녹색성장과 관련해서는 경험을 많이 축적한 선진국은 물론이고 국제에너지기구(IE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와도 정부 차원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부처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부서는 인력규모나 전문성 면에서 제한적이다. 이렇게 취약한 조직을 가지고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협력을 제대로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에 실익이 되는 실질적인 국제협력이 이루어지도록 정부부처의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과학기술 국제협력 조직 강화를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우리가 다 하는 정책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학 기술 에너지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열린 마음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려는 녹색성장전략에 있어서도 이러한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한 국제협력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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