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강한 가족드라마 불모지 ‘변태·엽기 안방극장’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이 내년 1월 종영을 앞두고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재벌 아들과 결혼한 여주인공의 신데렐라 인생 스토리가 줄거리이다. 개연성 희박한 내용에 우연적 사건의 남발, 극단적 고부(姑婦) 갈등 구도로 건강한 삶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갑자기 백혈병에 걸린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소리소리 지르며 이혼을 종용하는 최근 방영분을 본 시청자들은 ‘최악의 엽기드라마’라는 평을 게시판에 올렸다. 가족이 함께 보는 일일연속극은 건강한 가정, 가족애, 휴머니즘이 주된 가치여야 함에도 오히려 가정 파괴를 부추기는 꼴이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도 남편이 내연녀와 공모해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살인을 자살로 위장하는 설정이 엽기적이다. 주부들이 많이 보는 아침드라마도 비정상적 삶의 경연(競演) 같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나라는 지상파 3사가 방송하는 드라마만 20개가 넘는 ‘드라마 공화국’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 지상파 드라마 21편 중 불륜을 소재로 한 것만 33%다. 오죽하면 한국 드라마는 정치와 함께 ‘2대 시대착오’라는 조롱까지 나올까. 너나없이 힘든 시기에 따뜻하고 감동적인 가족애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해주기는커녕 일그러지고 비틀린 가족들의 황당한 스토리만 내보내고 있다. KBS와 MBC는 시청률 핑계는 대지 말기 바란다. 외국을 보라. 상상력만 있으면 재미도 있고 유익한 드라마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엽기 변태 가족드라마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시청률 하락 징후는 시청자들도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한 드라마는 세대 간, 계층 간의 연결고리로 우리 모두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한다. 그것이 드라마의 정상적 기능이다. 건강한 가족의 웃음과 눈물, 용기와 희생, 그리고 사랑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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