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식]엔고, 흑자확대 기회로 삼자

  • 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거의 모든 나라의 환율이 오르지만 일본 환율만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유는 일본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서 미국 달러보다 더 안전한 통화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9월 초에 달러당 108엔 하던 환율이 최근 92엔까지 떨어졌는데 비록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조금 오르고 있으나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엔화가치의 상승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와 기업은 이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수출확대-對日수입 감소 효과

엔화가치의 급등은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미친다. 먼저 엔고는 수출을 늘어나게 한다. 지금 우리는 외환 부족으로 환율이 급격히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와 많은 단기외채로 해외로부터 외화차입이 어려워져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상수지 개선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공급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신뢰도를 높여 외국에서 달러 차입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엔화의 가치 상승은 수출을 늘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우리 상품은 세계시장에서 일본상품과 경쟁하므로 일본 엔화가치 상승은 일본의 수출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반면에 엔화가치 상승은 수출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많은 부품과 기계류를 수입한다. 엔고는 수입부품의 원가를 높여 수출상품의 생산비를 높게 만든다. 결국 우리 수출을 저해할 수 있다.

엔고는 중소기업의 부채를 늘어나게도 한다.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은 일본의 낮은 금리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엔화로 대출받아 사용해 왔다. 지금 엔고로 인해 원-엔 환율 역시 큰 폭으로 올라 100엔당 1400원 내외에서 변동하고 있다. 엔화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의 부채 상환부담은 크게 높아진다. 엔 캐리 자금과 같이 우리나라에 투자된 일본자금의 이탈도 우려된다.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 상승은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환율이 수출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부품 가격이 오르고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이 늘어나기 어렵다고 해도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고 또한 엔화가치까지 크게 높아지는 경우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 여기에 수입도 줄어들어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中企자금지원 늘려 피해 줄여야

실제로 우리 수출은 엔화가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11년 전 외환위기 직전에 우리 경상수지 적자폭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갑자기 엔화가 약세로 변해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던 우리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결국 경상수지 적자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외환위기를 당하게 됐다.

지금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환율의 과도한 상승을 막는 방법은 수출을 늘리거나 수입을 줄여서 경상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엔고를 위기극복의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 수출을 늘리면서 동시에 대일 수입을 줄여 기업 수익을 높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내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엔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엔 캐리 자금 유출에 대비하도록 대미환율 외에 대일환율에도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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