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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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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자가 19일 밤늦게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며 취재했을 때 상당수 의원 보좌관들의 책상 위에서 결산자료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이들은 여야 구분 없이 “10월 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준비가 1순위”라고 입을 모았다. 결산심사는 뒷전이었다.
A 보좌관은 “주로 전용 및 불용 예산, 목적 외 사용 예산 중심으로 자료를 살펴보기는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꼼꼼히 살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B 보좌관은 “이미 지나가버린 작년 예산을 따져봐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상임위에서 의원들의 결산심사 또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정무위, 운영위, 행정안전위 등은 결산심사를 위한 소위원회조차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19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결산심사 회의장을 들여다보자. KBS 이병순 사장이 출석한 이 회의는 10시간이나 이어졌지만 결산심사는 제대로 못했다. KBS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정치적인 논란만 지루하게 이어졌다. 오죽하면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회의 종료 직전 “본 안건인 KBS 결산 문제를 거의 못 다뤄 유감이다”라고 했을까.
국회 결산심사는 통상 상반기에 끝나지만 올해는 4·9총선과 쇠고기 정국, 상임위 구성 합의 지연 등으로 9월 말이 다 돼서야 뒤늦게 시작했다. 지각 심사라도 꼼꼼하게 살펴야 하건만 지금처럼 진행한다면 부실 졸속심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해 예산을 짜는 것 못지않게 국민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사후에 검증하는 작업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막판에 지역 민원을 해결하느라 예결소위를 기웃거리는 열정을 결산심사로 돌릴 수는 없을까. 예산 낭비를 제대로 지적한 의원의 지역구에 인센티브라도 주는 방안을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결산심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내가 낸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김승련 정치부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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