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영선]정치권이 경제위해 할 일은

  • 입력 2008년 7월 23일 02시 57분


경제가 불안하다. 경제위기가 다가온다는 예보도 있다. 그런데 경제의 위기 상황은 쉽사리 전환되지 아니하며 오히려 나사 모양으로 점차 확대되어 가는 성향이 있어 문제다.

최근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문제는 고유가이다. 배럴당 150달러에 이른 원유가는 우리의 국제수지를 적자로 전환시켰다. 다시 외채 걱정을 하게 됐다. 국제수지가 불안하니 환율도 불안해진다.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낮으니 외국자본이 계속 주식을 매도하고 외화를 반출해 간다. 주식시장이 불안해지고 금융위기감이 고조된다. 정책당국은 수출성장을 위해 저(低)원화 정책을 부추기더니 이젠 물가가 걱정스럽다고 고(高)원화 정책을 내세운다. 외환에 대한 투기를 부채질하며 외환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정책이다.

물론 빠른 물가상승은 막아야 한다. 빠른 물가상승도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고정소득자의 실질소득이 감소한다. 이는 소비를 위축시켜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소득이 감소된 임금근로자는 다시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임금상승은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위기가 확대 재생산된다.

고유가와 더불어 나타난 수입 원자재 가격의 폭등은 한국의 교역조건을 크게 악화시킨다. 다시 말해 같은 물건을 수출해서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이 과거에 비해 크게 적어진다는 말이다. 우리의 실질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는 위축되고 기업은 문을 닫고 실업이 발생하고 서민의 생활고가 악화될 것이다. 매일 보도되는 국민의 어려운 생활상이 바로 오늘의 경제위기 위험을 말해준다.

이런 경제위기의 확대 과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는가? 길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공통의 위기감은 공통의 선을 찾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 법이다. 올해 들어 노사 간의 협력 선언이 작년에 비해 2.7배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임금교섭 타결 비율도 크게 높아졌으며, 물가상승 추세에 반하여 노사 간에 협약된 임금 인상률은 낮아졌다고 한다.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있으며 무파업을 선언하고, 사용자는 고용 유지를 약속하는 윈윈 게임이 확대되고 있다.

재계는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한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이 당초 계획한 투자를 실행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중소기업은 1사 1인 추가채용을, 대기업은 10% 이상 신규채용을 늘리는 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민간 부문에서 상생을 위한 협력이 이뤄져 가는 셈이다. 민간 차원에서의 이런 자발적 고통분담이야말로 경제위기로의 추락 과정에서 우리 경제를 구출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움이 남는다. 민간 차원에서의 이런 노력이 더 활성화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의 활동이 보이질 아니한다. 국민이 왜 대통령을 뽑고, 장관에게 권한을 주며, 국회의원을 선출하여 나랏일을 보게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시장에서는 경쟁이 경제를 활성화한다면, 정치는 협력을 유도하여 국민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하자는 것이 아닐까? 국민의 경제생활 속에서 협력관계가 이뤄지도록 행정부와 국회가 법질서를 만들고 정책을 수립하여, 경제 구성원이 서로 윈윈 하며 경제위기를 극복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공통의 위기는 공통의 선을 추구하는 협력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위기관리가 정부와 정치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이영선 한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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