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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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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전도사’신병철 브릿지래보러토리 대표
“모든 신발제조업체들이 가벼운 운동화를 만들려고 애쓸 때 거꾸로 무거운 운동화로 세계 시장에서 히트한 부산의 아이손이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운동화를 구입하는 니즈가 다이어트라는 것을 파악하고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운동선수의 모습에서 이런 역발상을 한 거죠. 이런 통찰력(insight)은 어느 한순간에 천재의 영감처럼 갑자기 생겨날까요. 아닙니다. 충분한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때만이 이를 키울 수 있습니다.”
‘동아인사이트칼리지(통찰력학교)’를 이끌어온 신병철 브릿지래보러토리 대표는 18일 DBR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기업 구성원의 통찰력이 향후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교육을 통해 이런 지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인사이트 경영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데….
“단면적인 사고와 전통적인 시장조사 방법으로 나올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아이디어는 거의 선을 보인 것 같다. 예전에는 그냥 보기(sight)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 속을 들여다봐야 하는 통찰력(insight) 없이는 새로운 것을 내놓기 어렵게 됐다. 통찰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보이지 않는 표면 아래의 진실과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이다.”
―국내외에서 통찰력을 발휘한 사례를 꼽는다면….
“국내 기업체 중에서 훌륭한 통찰의 사례를 꼽으라면 딤채를 내놓은 만도위니아다. 이 회사의 출발은 자동차 부품회사였다. 만도위니아는 사업 다각화를 꾀하던 중 ‘김칫독에서 꺼낸 김치의 맛을 냉장고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결핍을 찾아냈다. 이후 만도는 땅 속에 묻어둔 김칫독의 어떤 요인이 그런 맛을 내는지를 집중 연구했다. 결국 내로라하는 국내외 가전업체를 모두 물리치고 딤채라는 새로운 가전제품군을 만들어냈다. 이 회사의 매출액 5000억 원 중 4000억 원이 이 제품에서 나온다.
해외에는 애플과 P&G 등 통찰력을 발휘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 그중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엘리베이터 업체인 오티스의 사례를 보자. 오티스의 한 임원은 몇 차례나 ‘엘리베이터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고객들의 불평을 우연찮게 듣게 되었다. 재미있게도 오티스는 엘리베이터 속도를 높임으로써 이 문제를 풀지 않았다. 그 대신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달았다. 승객들의 시선을 거울에 고정시켜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들자는 묘안은 고객의 불평을 단번에 해결했다.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문제점을 물리적 속도가 아닌 승객의 심리로 재정의해 해결책을 내놓은 대표적 사례다.”
―그러면 이런 통찰에도 기술이 필요한가.
“통찰력을 ‘한눈에 알아보는 기술’이라고 했더니 직관과 혼동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유레카’를 외치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천재들이 있다. 하지만 범인(凡人)들은 이런 능력을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길러야 한다. 소비자의 결핍과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 통찰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런 결핍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표현하지 못한다. 거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불편한 점과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을 은연중에 행동과 말로 보여줄 뿐이다. 문제 또는 결핍을 찾았다면 7가지 문제 해결 기법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이전에 만나지 않았던 두 개의 개념을 새롭게 만나게 하는 것(New Meets of 2 Plane)’이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로버트 와이어는 1992년 정보처리에 관한 70년간의 이론을 종합 분석해 ‘통찰이 발생하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서로 다른 개념이 만나게 되는 때’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는 홍수로 어려움을 겪어온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세계 최초로 댐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인체의 혈류조절시스템인 판막을 끌어들여 댐을 고안해냈다. 이전에 한 번도 접목해보지 않은 인체의 혈류구조와 운하의 지류구조를 만나게 함으로써 통찰력을 발휘한 것이다.”
―곧 종강하는 ‘동아인사이트칼리지(통찰력학교)’에서는 무엇에 주안점을 뒀나.
“브랜드에 대한 통찰적 접근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통찰력을 발휘하려면 우선 해당 분야에 대한 충분하면서도 체계적이고 학술적인 지식 기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20여 편의 주요 논문을 공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개념과 결핍의 발견 △기존 정보의 재조직과 브랜드 통찰 △효과적인 브랜드 구조 구성 등을 다루었다. 2기 통찰력 학교에서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외연을 좀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 신병철 대표는 ▼
고려대 경영학 박사(마케팅)로 제일기획을 거쳐 인터넷 마케팅컨설팅업체인 브릿지래보러토리 대표로 재직 중이다. 국내 민간 전문가로는 유일하게 세계적 마케팅 학술지인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에 2007년 논문을 게재했다.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 ‘브랜드 인사이트’ 등 8권의 저서가 있다. 10년간의 연구 결과를 취합해 지난달 출간한 ‘통찰의 기술’은 최근 경영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동아인사이트칼리지 1기과정 결산 ▼
‘통찰의 숲에서 브랜드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5월 20일 국내에 처음 선보인 동아인사이트칼리지(Dong-a Insight College·통찰력 학교) 1기 과정이 수강생들의 높은 참여와 열기 속에 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번 과정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아주그룹 등 대기업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리앤디디비 에어크로스 한국암웨이 뉴스킨엔터프라이즈 이브자리 대동두하나 솔트앤파트너즈 등 중견기업 임직원 등 모두 30명이 참여했다.
기존 기업 교육 프로그램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통찰력(insight)을 키워드로 체계적인 브랜드 이론 교육과 110여 편의 실제 케이스를 다뤄 확실히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종선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번 강의는 이론을 어떻게 실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 아주 훌륭한 자극제였다”고 말했다.
강의장이 촛불시위로 연일 혼잡했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동아미디어센터여서 제대로 강의가 진행될지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수강생들의 높은 학습 의욕을 꺾지는 못했다.
남명현 현대기아차 이사는 “어렵게 느껴졌던 브랜드 관련 논문을 쉽게 설명하고 이를 실제 사례로 연결한 것이 상당히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임환 삼성전자 책임연구원은 “수많은 사례와 논문을 통해 ‘통찰의 기술’뿐만 아니라 ‘통찰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동아인사이트칼리지 2기(가을학기)는 기존 1기 과정과 함께 △문화인류학으로 본 트렌드 연구 △트렌드 분석을 통한 신상품 개발 △설득력 증진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능력 배양 과정 등으로 과정을 늘려 9월 중순 개강할 예정이다. 02-2020-0354(0243), 02-2179-1542. www.dongabiz.com 또는 www.insightcollege.co.kr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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