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物流 불합리 방치한 지난 5년의 직무유기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01분


일주일간의 화물연대 파업이 운송료 19% 인상 타결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물류산업구조에서는 경유값이 또 오르면 언제든 파업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해법이 근본 처방인지 의구심이 남는다. 운송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달 화물차주 225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경유값 인하나 운송료 인상보다 근본적인 시장구조 개선을 원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정부는 파업이 철회됐다고 안심하기에 앞서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을 겪고도 왜 5년 만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화물차 파업의 표면적 이유는 비싼 경유값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유값은 촉발요인이었을 뿐이고 이면에는 복잡하고 전근대적인 화물운송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화주→주선업체→운송회사→화물차로 연결되는 다단계구조인데 단계마다 주선업체가 통상 10%의 수수료를 뗀다. 이런 유통 거품을 걷어내야 파업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5년 전 노무현 정부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운송료를 갉아먹는 다단계 물류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단계 운송·주선 구조에 대한 근본적 수술 없이 화물운송업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경유세 인상액 전액 보조 등의 조치만 취했다. 더욱이 많은 기업이 물류 자회사 신설이나 회사 분할 등의 형태로 화물운송 알선업체를 만드는 것을 방치해 다단계 구조를 악화시켰다.

정부가 내년에 시범 운영을 약속한 표준요율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최저운임제인 표준요율제 역시 노 정부가 5년 전에 도입을 약속했지만 대기업과 운송사의 반발로 지금까지도 실행이 안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기업규제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도입에 부정적이다. 정부가 도입을 약속했으면 최소한 시범 운영이라도 했어야 했다.

정부의 이런 미봉적이고 안이한 대처가 이번 화물연대의 거듭된 파업을 불러들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물류 불합리를 방치해 온 직무유기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한편 이번만은 물류체계 선진화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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