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의진]사이버 건강정보 참고만 하세요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코멘트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켜 나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지식은 너무 전문적이라 다년간의 교육 없이는 제대로 된 이해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질병 상태와 그 치료에 대한 지식은 고도의 임상 수련과 연구 결과에 의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최고 난도의 지식이다. 이런 이유에서 일반인이 필요한 의료정보를 공유하고는 싶으나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답답하고, 의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업 의도 담긴 의료사이트 홍수

하지만 최근 인터넷을 통해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다양한 건강 관련 지식을 일반인도 접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의 전문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됐다. 혼자 고민하고 끙끙 앓던 시대보다는 훨씬 진보된 셈이다.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주체가 되고 질병의 고통을 공유함으로써 정서적 지지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효과 이면에 부정적인 면 또한 도사리고 있다. 심한 경우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만을 근거로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치료법을 찾으려는 ‘사이버콘드리아’ 증후군에 빠져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몸에 조그만 이상이 있어도 그 증상과 관련된 특정 질병에 걸린 것이 아닌지 염려하느라 실생활에까지 지장을 초래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아니라고 해도 혼자 수집한 온갖 의학지식을 근거로 의사 역할을 하려 든다. 이에 따른 폐해는 의료비의 증가, 부적절한 시술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부작용 등 결국 환자 본인이 짊어지게 된다.

유익하기는 하나 잘못 사용하면 위험하기도 한 인터넷 건강정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 이면에는 상업적 의도가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이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특수치료 방법이나 비법을 강조하는 정보는 누군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흘렸을 경우가 많다. 만성 질환이나 암처럼 단시일에 호전되지 않는 질환일 경우 답답한 마음에 이런 정보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따르기 전에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손해를 막을 수 있다.

둘째, 인터넷상의 건강정보 중 일부만을 뽑아 본인이 편집해 이해하는 것은 몹시 위험할 수 있다. 광범위하고 난해한 의학지식 중에 본인이 이해 가능하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듯한 부분만을 추려 이용하면 제대로 문제해결을 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도 그 부작용은 무엇인지, 어떤 사람에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환자 동우회 등에서 지식이 잘못 공유됐을 때 흔히 나타나는 폐단이다.

셋째, 의술은 과학인 부분도 있으나 예측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즉 거의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시술이라도 환자 개인의 특이성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같은 약이라도 환자의 체질에 따라 다양한 효과와 부작용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의료정보는 1차 정보 정도로만 참고하고, 개인에게 맞는 치료법은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환자 특성 무시한 처방은 毒

의료정보나 법률정보와 같이 전문가들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에 대해 일반인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답답한 마음을 받아들여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는 상대의 눈높이에서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터넷상의 검증되지 않은 건강 지식에 현혹돼 사이버콘드리아 증후군이 성행하는 데 어쩌면 설명에 인색한 우리 의료문화가 일조한 것은 아닐까? 일반인이 의사를 통해 충분한 이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건강 문제를 당연히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기에.

신의진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