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미련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5분


지난 주말 김연아(18)가 출연한 한 아이스쇼 공연장에서 허재(43) KCC 감독을 만났다.

농구선수인 두 아들, 아내와 모처럼 나들이를 온 그는 근황을 묻자 대뜸 “나이는 마흔을 바라보는데 생각은 아직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후배가 많아 안타깝다”며 걱정을 했다.

최근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일부 고참 선수가 거취를 둘러싼 진통을 겪고 있어서였다. 이 중 동부 양경민(36)과 SK 전희철(35) 등은 소속팀과의 갈등 끝에 은퇴의 기로에 섰다.

그러면서 강동희(42) 코치 얘기를 꺼냈다.

“사실 내가 동희랑 은퇴식을 같이 하려고 했다. 근데 동희가 미련 때문에 마다하더니 며칠 후 갑자기 은퇴 발표를 해 답답했다.”

중앙대 동문인 허 감독과 강 코치는 ‘실과 바늘’로 불린다. 대학과 기아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친형제처럼 지냈고 요즘도 자주 어울린다.

허 감독은 2004년 5월 TG에서 화려한 은퇴식을 했다. 당시 LG에서 FA 신분이 된 강 코치는 38세의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연장하려 했기에 허 감독의 은퇴 권유를 사양했던 것.

하지만 박종천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은 뒤 절친한 관계인 강 코치에게 코칭스태프 합류를 권유해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뒤 우여곡절이 많았다.

4년 전을 떠올린 허 감독은 “나 역시 왜 더 뛰고픈 마음이 없었겠느냐. (김)주성이도 있으니 슬슬 받쳐주기만 하면 마흔 너머까지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래도 그나마 남들이 알아줄 때 옷 벗는 게 좋다고 봤다. 무엇보다 평소 진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FA 시장이 열리는 5월이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고참 선수들이 쏟아진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박수칠 때 떠나는 행운아를 꿈꾸지는 않더라도 허 감독의 말대로 미리 장래를 구상해 보는 게 현명하다. 아울러 한국농구연맹(KBL)과 각 구단도 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면 어떨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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