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지명훈]DJ-盧정부 홀대한 사연 쏟아낸 ‘서해’유족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서해교전 전사자 6명 가운데 황도현 한상국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4명의 부모가 3일 오전 11시 반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이들 부모는 매년 한식을 전후해 세상을 떠난 자식이 묻힌 이곳을 찾았다. 올해로 6주기(6월 29일)를 맞았다. 때마침 이날은 황 중사의 생일이었다.

황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 씨는 ‘도현아, 생일 축하한다’라고 적힌 꽃바구니를 묘비에 갖다 놓다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서해교전의 의미를 성폭행 사건처럼 축소하기에 급급했어요. 마치 단순 교통사고처럼 대했지요.”

유족은 서로 모여 앉아 과거 정부에 대한 서운함부터 털어놨다. 서해교전이 화제에 오르면 마치 ‘죄인’처럼 숨죽여야 했던 지난날의 회한이 묻어났다.

박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 씨는 “과거 정부는 교전 해역에서 전사자의 넋을 기리는 행사조차 3년 만에야 허락했다”며 “전사자나 유족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던 사람들은 모두 뒤끝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공순 씨도 “서해교전 전사자에 대한 보도를 자막으로나 취급하던 방송이 정권이 바뀐 뒤 기획물까지 방영하는 모습을 보고 낯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서 중사의 아버지인 서영석 씨는 “노 대통령이 가정의 달을 맞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 유족들이 ‘별 혜택이 없다’고 했더니 그런 얘기는 국회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2002년 서해교전 전사자 영결식에 참석하는 대신 빨간 넥타이를 매고 월드컵 결승전을 관전한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에는 자식 선거를 돕는다는 뉴스를 보고 속이 상했다”며 “남의 자식(전사자)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몰랐단 말이냐”고 말했다.

“유족들은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새 정부가 서해교전 추모식을 정부 행사로 격상한다니 어떤 조치가 있을는지….”

서 씨는 “전사자 훈장의 격을 높이고 부상자의 취업을 알선해 군의 사기를 높여야 한다. 묘비도 한곳에 모아 서해교전의 의미를 되새기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해교전에서 전사자들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려다 소중한 젊은 목숨을 불살랐다. 이들을 단순 교통사고 사망자처럼 대한다면 누가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던질 수 있을까.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지명훈 사회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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