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다”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이석연 법제처장은 이명박 정권에 대해 “한나라당 논리로 집권했지만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다”면서 “지금이야말로 헌법정신에 입각한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권력자라도 가다보면 처음과 달리 판단이 흐려지는 만큼 그때 직언(直言)을 들어야 한다”면서 자신도 “소신에 따라 (직언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고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다. 이 처장의 발언은 이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 대통령에게 초심(初心)을 지키며 독선(獨善)에 빠지지 말고 국정을 이끌어 달라는 진언(進言)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지 보름밖에 안된 이 처장이 인사권자를 향해 하기 어려운 ‘바른말’을 했다.

정부 각료와 대통령 참모 등 고위 공직자의 자리는 대통령 코드에 따라 움직이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에게서 국정을 위임받았지만 국정의 실패까지 용인되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국정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각료나 참모 등의 이견(異見)과 직언을 억누르지 말고 편하게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항상 최적(最適)의 방법론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대통령이 특정 국정 현안을 깊은 고뇌 없이 가볍게 언급하고 그 밑의 정부 조직이 맹목적으로 이에 꿰맞추는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다.

이 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노사모 논리로 집권했고, 그 논리로 계속 가다 국민과 멀어졌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결국은 대통령 책임이지만 “길이 잘못됐다”고 바른 소리를 하는 각료나 참모가 없었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대통령 앞에서는 ‘예스맨’ 노릇만 하다 나중에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노 정부가 실패한 중대한 요인이다.

이 대통령과 이 정부 사람들은 노 정부의 그런 패인(敗因)을 거울로 삼기 바란다. 그리고 이 정부에서는 더 많은 ‘이석연’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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