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탄돌이’ 재공천이 개혁공천인가

  • 입력 2008년 3월 18일 23시 14분


통합민주당도 일부 전략지역을 제외하고는 어제로 공천 작업을 사실상 끝냈다. 민주당은 공천 심사 초기만 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비서실장을 탈락시켜 ‘공천혁명’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결과를 놓고 보면 용두사미에 그친 모양새다. 물갈이 폭이나 내용이 상대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특히 ‘탄돌이’ ‘탄순이’ 의원을 대거 재공천한 것은 대선 참패에 대해 과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탄돌이는 2004년 17대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운 좋게 당선된 열린우리당의 386 초선 의원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시대착오적인 이념과 편향된 역사인식으로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 속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저효율 고비용 정치로 총체적인 국정 실패를 부추긴 장본인이다. 독선과 오만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당내에서조차 신뢰를 얻지 못해 홍위병 취급을 받았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참패를 당한 것도 국민 사이에 이들에 대한 ‘심판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때 제1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당을 해체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 탄돌이 의원들을 대거 재공천한 것은 민주당이 아직도 대선 민의(民意)의 심판이 뭘 뜻하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당의 얼굴을 바꾸고, 옛 민주당과 통합해 새 당으로 거듭났다고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위장(僞裝)에 불과하다는 것을 웅변한다.

손학규 공동대표는 어제 “국민을 안정시키고, 실질적 도움을 주는 민생제일주의가 총선에서 우리가 제시해야 할 변화의 내용”이라면서 “변화의 형식이 통합이었고 공천혁명이었다면 그 그릇의 내용은 민생제일주의다”라고 했다. 이미 심판받은 탄돌이 의원들을 다시 국민 앞에 내놓는 것이 ‘공천혁명’이라는 말인지 묻고 싶다.

탄돌이 의원들이 노무현 정권 5년 내내 국가 정체성을 흔들고 좌파 체제를 만드는 데는 열심이었을지 몰라도 민생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평가는 없었다. 그런 탄돌이 의원들을 다시 내놓으며 ‘민생제일주의’ 운운하는 건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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