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문회 못 열어 개점휴업 상태인 방송통신委

  • 입력 2008년 3월 7일 22시 50분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해 지난달 29일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일주일이 넘도록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한 채 장기 표류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초대 위원장 후보자인 최시중 씨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나야 정식 출범할 수 있는데 아직 청문회 날짜조차 잡히지 않았다.

여야는 당초 10일 청문회를 열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통합민주당이 ‘청문회에서 본격적인 검증이 필요하므로 준비기간이 있어야 한다’며 일주일 연기를 주장해 청문회가 늦어지고 있다. 청문회를 최대한 뒤로 미뤄 총선에 이용하려는 정략(政略)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의 공석(空席)으로 방통위 직원들은 방송통신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TV(IPTV)법의 시행령 제정과 프로그램 심의 등 주요 업무에 손도 못 대고 있다.

방송통신 관련 법과 제도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선진국처럼 신종 서비스의 신속한 구축과 의사결정을 위해 방송과 통신정책을 함께 다루는 정부기구를 만들고자 2006년 7월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러나 이는 정통부와 방송위의 끈질긴 밥그릇 싸움 속에서 지연됐다. IPTV 서비스만 해도 기술은 갖춰졌는데 제도 정비가 늦어져 유형무형의 피해가 크다. 가까스로 발족된 방통위가 놀고 있으니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

지난달 11일 김만복 전 원장의 사표가 수리된 국가정보원도 새 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을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 줄다리기가 벌어지면서 원장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어제 열기로 했던 김성호 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무산되면서 임명은 다음 주 이후로 넘어갔다. 1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국정원장의 장기공백은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이다.

국회의 장관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지 점검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대전제로 하는 것이다.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지연시켜 국정공백을 장기화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 남용이다. 국회가 따질 것은 따지되 청문회 절차를 빨리 끝내주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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