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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3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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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걸려오는 전화.
청와대 직원들은 사석에서 이 같은 얘기를 털어놓곤 한다. 관할 부처나 산하단체에선 ‘상전’ 대접을 받지만 한 울타리에서 근무하는 민정수석실 전화가 울리면 꺼림칙하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민정에서 좋은 일로 걸려오는 전화가 얼마나 있겠나. 비위 첩보 등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게 대부분이니 누군들 기분이 좋겠느냐”고 했다.
민정수석실의 주요 임무는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를 비롯해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공직자들의 비위 사찰 등이다. 여기엔 권부(權府)의 핵심인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감찰도 포함돼 있다. 하나같이 껄끄러운 일이다.
특히 현 정부가 민정수석실에 신설한 특별감찰반(특감반)은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 적발에 초점을 맞춰 왔다. 검찰에서 파견된 부부장급 검사가 반장을 맡고 있는 특감반은 검찰과 경찰, 감사원, 국세청에서 엄선한 10명 정도의 정예 요원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민정수석실 근무자의 증언.
“정권 출범 초 일부 비서관의 비위 첩보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들을 부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실세’들인데 사무실로 들어오기 전에 초조함을 감추려고 심호흡을 하거나 근심어린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06년 국정감사 때 대통령비서실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특감반은 총 455건의 고위 인사 및 대통령 친인척 관련 비리 사건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340건이 수사기관에 이첩됐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도 쉽지 않은 과제다.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이 상시 관리한 대통령 친인척은 900여 명. 대통령 친족의 8촌, 처·외족의 6촌에 사돈과 종친회를 망라한다. 이들의 호적 등 관련 서류로 사무실의 캐비닛 하나를 다 채울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이 2003년 4월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처음에 “음주는 아니다”고 해명했다가 뒤늦게 사돈의 음주운전이 사실로 드러나 사건 은폐 의혹에 휩싸였다.
곧 출범할 이명박 정부의 첫 민정수석에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이 내정됐다.
검찰 재직 시절 그는 잠시 공안을 맡았지만 1987년 이후 줄곧 특별수사의 길을 걸었다. 서울지방검찰청 특수1, 2, 3부장과 3차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장을 거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수사 스타일은 치밀하면서도 선이 굵은 편이라고 한다.
고려대 선배인 이명박 당선인과도 각별한 사이다. 대선 후보 캠프에서 법률고문을 맡으며 ‘BBK 대책’을 주도했다.
민정수석실 업무에 구멍이 뚫리면 정권의 도덕성 시비로 직결된다. 그래서 “청와대 업무의 절반이 민정수석실 업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권의 도덕성을 최전선에서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대통령에게 직언도 불사해야 한다. 이 내정자의 연륜과 능력에 기대를 걸어 본다.
정연욱 사회부 차장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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