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죽기보다 싫었던 말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코멘트
대국 당일 인터넷 해설을 하던 김승준 9단은 우변 백 대마가 살아간 뒤 곤욕을 치렀다. 해설 채팅창에 팬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조금 전만 해도 백 대마가 살 길이 전무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처럼 쉽게 살아갔느냐는 얘기였다. 김 9단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프로기사라면 누구도 백 대마가 잡힌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세돌 9단의 마법에 윤준상 국수가 홀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김 9단은 대 역전극의 애꿎은 피해자였을 뿐이다. 흑 203부터 다시 보자. 흑 203, 205는 하변을 최대로 지킨 수. 이렇게 실리를 챙겨야 따라잡을 여지가 생긴다.

‘만약 여기서 백이 한 템포만 늦춰준다면 역전도….’

윤 국수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 9단은 솜씨 좋은 공병처럼 흑 대마를 송두리째 날릴 지뢰를 착착 매설한다. 백 206부터 212까지 좌하에 커다란 패가 났다. 물론 백으로선 꽃놀이패. 팻감도 백이 많다.

흑 227은 마지막으로 백의 시선을 현혹하기 위한 것이다. 흑 227로 참고도 흑 1에 이어 패를 계속해도 백 12까지 팻감 부족으로 흑이 안 된다.(8…◎, 11…5) 만약 백이 우변 백 대마의 삶을 두려워해 뭔가 응수하려 한다면 팻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9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백 228로 흑 다섯 점을 잡아낸다. 멍한 눈으로 반상을 쳐다보던 윤 국수는 그날만큼은 죽어도 하기 싫은 말을 내뱉었다. “졌습니다.” 216…204, 217·223…○, 220·226…214, 221…215, 228…○.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