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緣에 얽매이지 않는 대통령이라야 성공한다

  • 입력 2008년 1월 9일 22시 54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그제 주요 정당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에게 학연 지연 혈연은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최인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호남을 국정 동반자로 참여시키겠다던 약속을 실천해 달라”고 하고,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가 “연고나 인맥을 탈피하도록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 데 대한 답이었다. 특히 이 당선인과 고려대 동문인 천 대표의 말은 학연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 당선인은 1일 SBS 특별대담에서도 봉사정신과 전문성이 인사의 기준이라고 강조하면서 “저는 학연 지연 혈연에 구애받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 당선인이 “구애받지 않겠다”가 아니라 “구애받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데 주목한다. ‘이명박 사전’에는 학연, 지연, 혈연 같은 단어가 원래 없었다는 뜻으로 믿고 싶다.

이 당선인의 소신이 그렇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후진적인 귀속주의(歸屬主義)가 만연해 있다. 업적 대신 권력자와 어떤 연(緣)으로 연결돼 있느냐가 인사(人事)를 포함한 정부의 크고 작은 일에 영향을 미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항간에 벌써 ‘포항 사단’이니, ‘영일만 친구들’이니, ‘신(新)KS(고려대·소망교회)’니 하는 말들이 나돌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래서는 새 정부의 ‘연고로부터의 해방’도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이 당선인은 어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특별기도회에 참석해 “우리 사회가 지역, 세대, 이념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모든 것이 갈라져서는 힘을 쓸 수 없고, 미래로 갈 수 없다”며 사회통합을 역설했다.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연고주의는 분열의 시발점이다.

이 당선인은 갖가지 연으로 끼리끼리 뭉친 ‘패거리 권력’이 발호하지 않도록 강한 의지를 갖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권력’이 돼야만 다수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곧 국민통합을 통해 국가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인 동시에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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