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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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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우선순위, 특히 경제 관련 개혁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경제 관련 공약들을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그룹으로 분류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그룹은 참여정부 시대에 없었던 새로운 정책들이다. 예를 들면 법인세 감세, 투자와 관련된 각종 규제 완화, 신용불량자 구제,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 제공 그리고 대운하 건설 등의 정책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미완의 개혁을 보완 또는 마무리해야 할 것들이다. 우선 참여정부에서 도입한 종합부동산세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신정부에서는 양도세 등 거래세를 인하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참여정부에서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反시장정책 1년 내 고쳐야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참여정부에서 시행됐던 각종 반(反)시장적인 정책들을 뜯어고치고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들이다. 이 같은 정책의 범주에는 크게는 교육정책, 국토균형발전정책, 노동정책, 대북지원정책 등이 있으며 미시적으로는 민영화 및 연금개혁 등이 있다. 이들 정책은 참여정부 아래에서 각종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해 국가경쟁력을 훼손한 정책들이며, 또한 차기 정부에서 쉽사리 고칠 수 없도록 소위 대못질을 해 놓은 정책들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세 가지 그룹의 정책들 중에서 취임 초기에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힘든 개혁정책들은 대통령 취임 1년 이내에 시행해야 할 것이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맨 먼저 할 것은 세 번째 그룹에 속한 정책들일 것이다.
이들 정책은 그 시행에 따른 반발과 부작용을 단기적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어려운 정책들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지지도가 가장 높은 초기 1년 안에 시행해야 하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만 그 이후 개혁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개혁들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과 포용력이다. 세 번째 그룹에 속하는 개혁정책들은 필연적으로 노조, 공무원, 지방정부 그리고 공기업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다. 이들을 설득하는 노력과 더불어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하는 정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활한 입법 활동을 위한 한나라당의 단합도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볼 때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정책들은 대부분 시행에 따른 반발이 적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손쉬운 정책이다. 만약 이와 같은 정책부터 우선적으로 시행한다면, 시행 초기에는 분명 경기가 활성화되는 반짝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세 번째 그룹의 정책들을 시행하지 않은 채 이와 같이 손쉬운 정책들만 시행한다면, 중장기적으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대운하 건설과 신용불량자 구제 그리고 신혼부부 주택 제공 정책 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상당한 이견이 있는 정책들이다.
인기정책보다 어렵고 힘든 것부터
이 같은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과 우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며 이는 결국 참여정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격이 될 것이다. 이제 신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왜곡됐던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국가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다시 확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고 있다. 참여정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쉽고 인기 있는 정책보다는 비록 인기 없고 어렵더라도 더 근본적인 정책들을 우선적으로 바로잡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두원 객원논설위원·연세대 교수·경제학 leedw10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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