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기탈취 용의자 전국 누빈 일주일

  • 입력 2007년 12월 12일 2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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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 총기 탈취 범행의 유력한 용의자가 사건 발생 엿새 만에 서울에서 붙잡혔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에 대한 테러를 걱정했지만 범인이 버린 무기가 발견된 데 이어 유력 용의자가 검거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너무 허술했던 군경의 경계와 수사망, 검문검색 시스템의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용의자 검거는 군경의 공이라기보다 용의자의 자수 의사와 친구의 제보 덕이었다. 군경은 범인이 달아난 직후 대(對)간첩작전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해 수도권 일대의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벌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범인은 강화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경계망을 빠져 나가 경기 화성에서 범행에 사용한 차량을 불태우고 전남 장성과 부산을 오가다 서울에 잠입했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서해안고속도로를 들락날락하며 도주했지만 경찰은 뒷북만 쳤다. 경찰이 코란도 승용차만 쫓고 있는 사이에 용의자는 코란도 승용차를 논바닥에서 불태운 뒤 다른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한 시민이 “범행 차량인 경기 85나9118 코란도 승용차가 내 앞에 달리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미숙하게 대처해 곧바로 뒤쫓지 못했다.

총기와 실탄이 탈취 현장에서 300여 km나 떨어진 장성으로 옮겨질 때까지 범인의 행적을 모르다 용의자의 편지를 받은 어제서야 겨우 도주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군경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범인은 7일간 군경의 검문검색망을 뚫고 유유히 전국을 누비고 다닌 것이다. 한 명의 민간인 범인에게 군경의 경계망이 이렇게 유린당해서야 훈련받은 무장공비라도 침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스럽다.

경찰은 용의자의 머리에 난 상처와 유전자(DNA) 및 지문 감식, 휴대전화 관련 자료에 비추어 진범일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도대체 무고한 병사를 죽이고 총기와 수류탄을 빼앗아 그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의문이다. 군경은 수사 결과를 소상히 밝히고 구멍투성이인 경계망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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