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 후보, 11월 7일과 12월 7일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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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대선 완주를 선언했다. 검찰이 BBK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이고, 정계 은퇴를 번복하며 대선 3수(修) 출마를 선언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지난달 7일 출마를 선언할 때 그는 ‘좌파정권 종식’을 구국(救國) 차원의 절대명제(絶對命題)로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끝까지 갈 수 없을 것이 걱정돼 출마했으나,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서라면 살신성인(殺身成仁)할 수도 있다고 했다.

5일 검찰 발표 후 10여 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올라가고 이회창 후보 지지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이명박 후보가 더 불안하다고 여긴다면 이는 객관성이 결여된 ‘고장 난 인식’이다. 이명박 후보나 자신 가운데 한 사람이 포기하는 것이 좌파정권 종식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명박 후보의 여론 지지율은 40∼44%이고 이회창 후보는 13∼20%로 두 배 이상 격차가 난다. 그런데도 그는 대선 완주를 선언했다.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구국의 일념’이 한낱 출마를 위한 핑계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불과 한 달 사이에 출마의 변을 스스로 휴지로 만드는 격이다.

이회창 후보는 출마 당시 ‘법질서 확립’을 또 하나의 핵심적 출마 명분으로 제시했다. 그런 그가 검찰 수사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기는커녕 ‘의혹 증폭’에 앞장서고 있다. 어제 회견의 상당 부분도 이에 할애했다. 그는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까지 지내며 국가 공권력(公權力)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국가 최고 경영을 위임받기 위해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던 인물이다. 그가 지금 검찰의 수사 결과를 믿지 말라고 국민을 선동하고, 선거 참모를 시켜 사기범죄자의 주장을 퍼 나르게 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 공권력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무슨 수로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이회창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큰소리와 떼쓰기가 활개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바보짓이 되었다”고 개탄하면서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나라 검찰을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무엇을 통해 법과 원칙을 지켜 내겠다는 것인지, 이회창 후보 자신이야말로 지금 국민 앞에 떼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이회창 후보가 요즘 드러내는 생얼굴을 보기가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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