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유지정책 비웃는 민영화 성공사례들

  • 입력 2007년 10월 30일 0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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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워런 버핏이 방한해 찾아간 대구텍은 원래 텅스텐을 캐내던 대한중석이 1994년에 민영화된 회사다. 만성적자 공기업에서 민영화 뒤 흑자 경영으로 돌아서 작년에는 최대의 영업이익(615억 원)을 냈다. 한국중공업은 2000년 두산그룹이 인수해 두산중공업으로 거듭난 뒤 주가가 30배나 뛰었다. 미운 오리새끼 같던 공기업이 민영화되면서 백조로 변한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공기업으로 매년 200억 원 이상의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송유관공사는 민영화 후 지난해 200억 원의 순익을 거뒀다.

김현숙 숭실대 교수는 최근 한국공기업학회에서 포스코, KT(옛 한국통신), 두산중공업, KT&G(옛 담배인삼공사), 종합기술금융(KTB), 국정교과서, 대한송유관공사 등 7개 민영화 기업의 성과에 대해 “소비자 후생(厚生)이나 생산자 이윤에서 공기업 때보다 크게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공기업들이 민영화를 통해 국부(國富)를 늘리고, 국민 세금에 손 내밀지 않아도 되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KT&G는 생산량의 40%를 40개국에 수출하고, 코리안리(옛 재보험공사)는 항공보험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변신했다. 민영화하면 국민부담과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궤변일 뿐이었다. 송유관공사는 수익이 나자 인력을 다시 늘렸다. 한국통신 민영화는 통신요금 인하로 이어졌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지난 정부 때까지 추진되던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을 전면 중단시켰다. 거꾸로 28개 공기업을 신설했으며 11개 추가 설립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민영화라는 새로운 도전을 회피한 공기업들은 자신들을 비호하는 정권 아래서 조직과 인원을 늘리며 편법 임금 인상, 성과급 잔치 등 방만 경영과 나눠 먹기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져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공기업들의 부채는 2006년 말 현재 총 296조 원에 육박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도 채 안 된 기간에 101조 원(52%)이 늘었다.

현 정부가 외친 민영화 없는 공기업 개혁은 대(對)국민 사기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진정한 공기업 개혁안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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