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 평준화 교육이 부추기는 조기 유학

  • 입력 2007년 10월 8일 21시 56분


고교 평준화 정책은 중학생들을 고교 입시에서 해방시키고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자는 목적으로 1974년 도입됐다. 그러나 평준화 제도가 거꾸로 사교육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33년간 시행된 이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댈 필요성이 더 시급해지고 있다.

제3회 한국교육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강태중(교육학) 중앙대 교수는 중학교 3학년과 고교 1학년의 사교육비 지출이 평준화 지역에서 더 많다고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강 교수는 평준화 정책이 학교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사교육 수요를 키운다는 선행(先行) 연구논문들도 인용했다. 평준화 제도는 사교육 억제라는 정책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공교육의 하향 평준화만 초래한 것이다.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평준화에 의존하는 대신에 학부모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개혁해야 한다. 한 예로 지방에서 전원 기숙사에 수용되는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의 경우 양질의 공교육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가 입시 과외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급증하는 조기 해외유학 수요를 감안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최근 조기 유학 추세는 미국 캐나다 같은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로 확산되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영미(英美) 유학 바람이 거세지자 국제학교 설립을 대폭 허용했다. 이제는 그 학교들이 한국 유학생을 유치해 수지를 맞추는 실정이다.

한국은 해외유학과 영어연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서비스수지 적자폭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교 유학생이 3만 명에 육박했고 이중 절반가량이 초등학생이다. 대부분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우리가 평준화 제도의 틀에 갇혀 다양한 교육 수요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국제학교를 100여 개씩 세우는 판에 우리는 외국어고에 대해서조차 내신 위주의 대학입시로 압박해 존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평준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공교육을 살리는 일대 개혁이 이뤄져야만 조기 유학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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