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연수]창조적 파괴의 뒷면

입력 2007-10-05 03:01수정 2009-09-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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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낮은 가격(every day low prices).’ 세계적인 유통업체 월마트의 모토다.

비판자들은 이렇게 바꿔 말한다. ‘매일 매일 낮은 봉급(every day low wages)’이라고.

월마트는 미국에서 매출액 1위이며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다. 게다가 혁신적이다. 앞장서 정보기술(IT)을 도입하고 글로벌 경영을 추진해 제품 가격을 크게 낮췄다. 미국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싸게 살 수 있게 된 건 월마트의 공이 크다.

한편 월마트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동종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월마트 판매사원은 시간당 평균 8.5달러, 1년에 1만4000달러의 봉급을 받았다. 또 상품 공급업체들에 끊임없이 낮은 가격을 요구해 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해외로 나가게 만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월마트의 사례는 혁신, 즉 ‘창조적 파괴’를 통해 선진국에서 보기 드문 경제성장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 부담 역시 만만찮은 미국의 일면을 보여 준다.

대표적인 사회비용이 빈부격차다. 미국의 개인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32.6%에서 2005년 48.5%로 늘었다. 상위 1%가 번 돈은 전체의 9.0%에서 21.8%로 많아졌다. 경제 성장의 혜택이 상위 계층으로 많이 갔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사회 지도층의 위기감도 커졌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생전에 쓴 책에서 “문제는 사회야, 바보야”라고 했다. 199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끈 빌 클린턴의 구호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를 패러디한 이 말은 기업들과 부자들이 사회를 고려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빈부차가 1970년대보다 커진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저학력 근로자들도 넉넉한 봉급을 받을 수 있었던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서비스업이 늘었다. 둘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등 공화당 정부가 부자에게 이로운 세금정책을 폈다. 셋째, 지식정보혁명으로 인한 급속한 기술 변화가 학력별, 능력별 임금 격차를 촉진했다.

미국인들은 생활이 팍팍해져도 사회를 탓하지 않으며 정부 개입을 늘리는 것도 싫어한다. 개인의 자유, 경쟁, 자기책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대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너도나도 대학, 대학원에 가는 현상이다. 1930년대 고졸자의 10%에 불과했던 대학 진학률이 최근엔 70%에 육박했다. 중산층은 대학으로도 모자라 경영자, 투자은행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고(高)연봉 직을 바라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수요가 늘다 보니 최근 10년간 대학 교육비도 크게 올라서 돈이 없으면 가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웬만한 화이트칼라 직업마저 인도 중국 등으로 넘어가고 있어 빈부격차가 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젊은이가 많다. 잘되면 내가 잘나서고, 잘못되면 세상 탓이라는 분위기마저 있다.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사회적 비용을 줄일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신연수 특집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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