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통합으로 급조된 신당이 오직 반짝 흥행만을 노리고 경선을 치르다 보니 그 틈새에서 온갖 반칙과 구태가 판을 친 것이다. 선거인단 대리 등록을 허용하고, 검증을 포기한 경선이 민주를 표방하는 정당에 있을 수 있는가. 대통령 이름까지 훔칠 정도라면 145만 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가짜’가 얼마나 많겠는가. 20%에도 못 미치는 투표율이 말해 주는 것들이 적지 않다.
어느 후보인들 떳떳하겠는가.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두 차례나 지낸 정 후보는 공정 경선에 앞장서기는커녕 ‘버스떼기’ 논란으로 혼탁을 부추기더니 대통령 명의 도용까지 사과해야 했다. 당을 두 번이나 깨고 나와 보여 준 것이 고작 이것이라면 그가 외치는 민주와 개혁은 공허하다.
현 정권 국무총리를 지낸 이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의 충실한 계승자로 민주 평화세력의 적자(嫡子)라고 자임해 왔다. 그런 그가 이른바 친노(親盧)라는 한명숙, 유시민 씨를 사퇴시키고도 세(勢)가 불리하니까 손 씨를 끌어들여 경선을 중단시켰다. 높은 지지를 받았더라도 그랬겠는가. 이 후보 자신의 비전도 없다.
초반 열세에 TV 토론마저 거부하고 잠행했던 손 후보는 이 후보의 경선 중단에 동조함으로써 신당에 또 한번 치명상을 안겼다. 한나라당에 대해 ‘군사독재의 잔재’라며 14년간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고 돌아선 손 씨이기에 그의 경선 행태는 ‘내가 1등 아니면 다 문제’라는 어깃장으로 비칠 뿐이다.
무엇으로 대한민국 리더십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씨는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