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정책 실패, 거짓 해명으로 덮을 수 없다

  • 입력 2007년 9월 19일 04시 25분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100만 채 공급 계획(2003∼2012년)이 초기 이행 단계에서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방 경기(景氣) 침체에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도 많아 입주자가 없는 빈집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3월 기준으로 강원 태백시와 삼척시, 충북 증평군, 전북 완주군과 임실군에선 미(未)입주율이 50%를 넘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짓 해명으로 이를 덮으려 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을 오히려 역공한다.

건설교통부 국민임대주택건설기획단은 5월 내부 보고서에서 “미임대 문제는 단시일 내 해결이 곤란하다”고 진단하면서 “미임대가 더 심해지면 주거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실패 논란과 국고 낭비 등 책임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공급 과잉을 유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요 분석을 거쳐야 한다’는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을 막자는 내용인 셈이다. 물론 이 보고서는 비밀에 부쳐졌다.

그러다가 건교부는 본보가 이 같은 현상을 기획 취재해 ‘공급 목표 달성에만 골몰하느라 국민임대주택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고 7월 3일자에 보도하자 “대량 미임대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는 거짓 해명을 담은 반박 자료를 돌렸다. 청와대도 국정브리핑을 동원해 본보의 보도를 ‘딴죽걸기’식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 내부보고서의 입수로 정부가 이 같은 문제점을 5월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노무현 대통령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작년 말 “정책에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제일 큰 것이 부동산”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올해 들어 부동산 값이 조금 안정세를 보인다는 이유로 이를 성공 사례로 포장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설령 약간의 효과가 있었다고 해도 ‘코드 정책’의 무리한 집행으로 인한 경제 혼란과 투입된 비용, 부작용 등을 감안하면 ‘최악의 정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대체 언제까지 언론 탓만 하다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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