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민-관 협력 달 탐사 총력전
美, 54년 만에 유인 달 탐사 도전… 아르테미스에 한국 위성도 참여
‘후발주자’ 중국도 달 남극에 눈독… 티타늄 등 매장량 많아 자원 보고
2028년 ‘창어 8호’ 달 착륙 예정
《Moon 두드리는 美中… 불붙는 우주경쟁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달까지 번졌다. 미국의 우주비행사들이 54년 만에 달로 향하고, 중국은 달 남극을 차지하기 위해 착륙선을 보낸다. 달의 풍부한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다. 하지만 인류가 영원히 요람에서 살 수는 없다.”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의 우주공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는 우주 개척의 필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150여 년 앞을 내다본 그의 통찰처럼 최근 인류는 우주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아, 요람을 떠날 채비에 한창이다.
특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거에 비해 민간 기업의 역할이 매우 커졌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글로벌 우주 생태계의 80%는 민간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각국의 우주 개척 레이스도 국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나아가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미국과 소련이 국가 예산을 ‘올인’해 ‘누가 먼저 달에 도달하나’를 경쟁했다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민간 기업과 함께 ‘누가 먼저 달의 땅과 자원을 차지하나’를 경쟁하고 나선 것이다.
● 美, 54년 만에 ‘제2의 아폴로’ 역사 쓴다
내달 예정된 미국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2호 임무에 참여하는 4명의 우주 비행사. 왼쪽부터 제러미 핸슨, 빅터 글러버, 리드 와이즈먼, 크리스티나 코크. NASA 제공1979년 유엔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천체에 대한 독점적 소유를 금지하는 ‘달 조약(Moon Treaty)’을 마련했다. 이 조약은 달에서 나오는 자원은 인류 공동 유산이기 때문에 개발 이익을 공평히 분배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이 조약을 18개국만 수용했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상 미국이나 중국이 달에서 “내 땅이오” 하고 소유권을 주장하면 현재 국제법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내 땅’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과 ‘집’이다. 집을 짓고 사람이 가서 장기간 점유하고 있으면 소유권 주장에 유리한 것은 지구나 달이나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은 이를 위해 우선 사람을 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54년 만에 다시 유인 달 탐사에 도전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를 진행 중으로, 올해 2월 우주 비행사 4명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를 달로 보낼 예정이다. 이번 임무에서는 비행사가 달에 착륙하지 않고 달 궤도를 돌며 10일간 달 탐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임무 가능일(발사 윈도)은 내달 5일부터다.
이번 임무에는 NASA가 2014년부터 약 30조 원을 투입해 개발한 대형 발사체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우주 비행사가 탑승할 ‘오리온 우주선’이 활용된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2호 임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2028년 우주 비행사가 달에 직접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3’ 임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NASA는 이 임무에 활용되는 달 착륙 시스템을 민간 기업에 맡기기로 결정하고, 2021년 공개 입찰을 통해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맺었다. 스페이스X는 달 착륙선 ‘인간착륙시스템(HLS)’을 개발 중이다. HLS는 달 궤도에서 오리온 우주선과 도킹(결합)하고, HLS로 이동한 우주 비행사를 태우고 달 표면에 착륙하는 역할을 맡는다. 민간 기업이 아르테미스 임무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 젖과 꿀이 흐르는 달 남극 ‘찜’한 中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2024년 달 뒷면에서 토양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 출처 중국 국가우주국미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중국도 2030년 이전에 유인 달 착륙 미션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시기적으로는 조금 늦었지만 ‘귀한 자원’이 많은 달 남극에 착륙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달 남극은 그간 인류가 밟아보지 못한 영역이다. 달 남극은 상대적으로 지형이 험난하고 지구와 통신이 어렵기 때문에 달 착륙 난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태양이 거의 들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 자리하는 만큼, 얼음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탐사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올해 하반기(7∼12월)경 ‘창어 7호’를 발사해 달 남극에서 얼음의 정확한 위치와 양을 조사할 계획이다. 창어 7호의 목표 착륙 지점은 남극 ‘아이켄 분지’ 부근이다. 아이켄 분지는 달에서 가장 크고 깊은 충돌구로, 희토류와 티타늄 함량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핵융합 에너지의 핵심 원료인 고농도 ‘헬륨-3’도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헬륨-3는 지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달에는 수백만 t이 쌓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원이다.
●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달 기지 건설
사람을 보냈으면, 그다음은 ‘집’을 지을 차례다. 미국과 중국 모두 궁극적으로는 달의 남극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하지만 두 나라의 접근법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지구에서 생명 유지 장치나 통신, 전력망 등 내부 설비를 장착한 핵심 모듈을 만든 뒤 달에 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반면 중국은 달 토양을 최대한 활용해 집을 짓는 방향으로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은 달 기지 구축에 앞서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를 먼저 마련한다. 달 궤도를 도는 정거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향후 달 착륙을 시도한 우주비행사들이 정비를 하거나 기지 건설에 필요한 모듈들을 이송하고 연료를 주입하는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정거장의 엔진 역할을 하는 ‘PPE’와 우주비행사들이 머무는 초기 숙소이자 통신 허브 역할을 하는 ‘HALO’ 등 여러 모듈로 구성된다. 첫 모듈 발사는 2027년 이뤄질 예정이다.
중국은 창어 7호에 이어 2028년 발사 예정인 ‘창어 8호’를 통해 본격적인 기지 구축에 나선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2036년까지 ‘국제 달 연구기지(ILRS)’를 완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들은 현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되 자동화 장비를 이용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어 8호는 ‘달 표면 3D 프린팅 건설’ 기술을 실증한다. 13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달 토양을 가열해 벽돌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기지를 짓는다는 것이다.
두 나라는 지난해 달 기지에 원자력발전소를 세운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기지에 필요한 대부분의 전력은 태양광을 통해 수급되지만, 해가 들지 않는 시기를 대비해 원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 아르테미스 약정에 10번째로 가입한 韓
곧 달로 향하는 아르테미스 2호 임무에는 한국의 위성도 참여한다. 한국천문연구원과 위성 개발 기업인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K-라드큐브’가 주인공이다. K-라드큐브는 지구 주변 방사선 영역인 ‘밴앨런대’의 우주방사선을 측정해 우주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 외에도 한국의 독자적인 달 탐사 역량을 키우기 위해 차세대발사체와 달 착륙선을 개발 중이다.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12월 차세대발사체를 메탄 기반의 재사용발사체로 개발하기 위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결과가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로부터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의 ‘팰컨9’처럼 1단을 재사용할 수 있게 개발되는 것이다.
차세대발사체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약 1.7배 추력을 내는 대형 발사체로, 203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달 착륙선을 싣고 달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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