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노련+침착… “역시 듬직한 맏형”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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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실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정확히 구석으로 차면 골키퍼는 막을 수 없습니다.”

경기 후 이날의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한국팀의 수문장이자 주장인 이운재(사진)는 승부차기에서 공을 막아낸 것이 상대의 실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운재가 승부차기에 강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당시 그의 활약을 알고 있는 이란 기자들은 “페널티킥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데, 이유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운재는 “아무래도 막는 사람보다는 차는 사람이 심리적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운재의 심리 분석은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위기 상황을 넘겨 온 노련함에 기인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이기려면 기다려라’에서 ‘승부는 끝까지 상황을 파악하고 마지막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는 자에게 찾아온다’고 썼다.

승부차기에서 한국팀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섰던 이천수는 “승부차기에 들어섰을 때 왜 그리 공이 무겁던지…오늘 이기겠다고 했는데 또 지면 정말 말만 많은 선수라고 욕을 먹을 것 같았다”며 승부차기의 중압감을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팀 주장으로서 이운재는 노련함과 침착함을 앞세워 결국 승리의 길목을 지켜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 주며 “이운재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던 것이 허언이 아닌 셈이 됐다.

쿠알라룸푸르=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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