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승직]기술과 열정이 세계 일류 만든다

  • 입력 2007년 7월 1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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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하나만 쳐다보고 살다 보니 어느새 세계 1등이 됐네요.” 엔드밀 세계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한 세계 일류의 절삭공구 제조기업 ‘YG-1’ 송호근 사장의 성공의 변이다. 뛰다 보니 1등이 됐다는 말이다.

뛴다고 모두 1등이 되지는 않는다. 세계 최강 미니기업이 오늘의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물 위에 떠서 아름다운 자태를 연출하는 백조의 보이지 않는 물갈퀴질처럼 열정적으로 사력을 다해 개발한 신기술이 있었다.

‘세계 최강 미니기업’ 中企에 희망

동아일보가 특집으로 기획해 1월부터 40여 회에 걸쳐 연재한 ‘세계 최강 미니기업’의 성공 신화는 국민과 기업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삶의 활력소다. 무엇보다 활로가 보이지 않아 좌절과 실의에 빠진 중소기업에 새로운 도전 의욕과 희망을 갖게 하는 성공 노하우를 총망라한 바이블과 같다.

국민에게는 오랜만에 갈증을 해소하는 후련함과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이번에 소개한 20개의 세계 최강 국내 미니기업이야말로 실패의 역경을 딛고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세계 일류가 됐다. 우리 모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낼 일이다.

마사이 신발을 만드는 MBT 설립자 카를 뮐러 씨는 한국의 시골에서 요양하던 중 논두렁을 걷다가 푹신한 흙을 밟을 때 통증이 완화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무릎 관절과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 ‘꿈의 신발’을 개발했다. 세계 최고가 된 경영자들은 준비된 자의 신비한 능력과 거기서 나오는 열정으로 세계 일류 제품을 만들었다.

국내외 40개 세계 최강 미니기업의 공통적인 성공 키워드는 글로벌 마인드, 고객 신뢰, 발로 뛰는 열정적 최고경영자(CEO)로 집약되지만 무엇보다도 기술과 기능이 고객의 이상을 실현하는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이들 기업은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와 혁신, 틈새를 노리는 전략, 국제적 분업을 통한 효율성을 중시했다. 이들 기업은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을 모아 최고의 스토리를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조합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최고의 스토리는 마침내 멜로디, 리듬, 하모니가 어우러져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최고의 위치와 감동은 영원할 수 없다. 시장은 안주하는 기업을 외면한다. 새로운 감동은 오로지 기술력에서 비롯되며 기술력의 기본은 전문 교육에서 나온다. 정부는 세계 최고를 만드는 기술력의 원천인 전문 교육의 본질을 회복시켜야 한다.

국내 전문 교육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간혹 전문계 고교 육성책이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선심성이거나 임기응변적이라 전문 교육의 본질을 회복시킬 만큼 지속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했다. 한마디로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안일한 정책’만 있었다.

기능올림픽에 더 관심 가질 때

이런 현실에서 기능올림픽도 그들만의 일로 제쳐 둔 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11월 일본에서 열릴 국제기능올림픽 대표선수 47명이 땀 흘려 훈련하는 중이다. 대표선수의 각오와 열의는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이룬 경영자나 연구진과 비슷하다. 이들은 전문계 고교생의 희망이자 세계 최고 전문가로 키워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열정만으로 세계 최고가 되지는 않는다. 세계 최고의 감동은 기술 교육의 기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기능은 우리의 자산이며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국가 경쟁력이다. 기능올림픽 대표선수를 국민 모두가 열정으로 성원하기 바란다.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국제기능올림픽한국기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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