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석유에 중독돼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올해 연두교서에서 ‘깜짝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에너지 전쟁이 본격화됐다. 부시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석유 소비량을 20% 줄일 것”이라며 대체에너지로 에탄올을 지목했다. 그러자 에탄올의 원료인 옥수수 값은 물론 농지(農地) 가격까지 뛰기 시작했다. 옥수수 값은 부셸당 4.38달러로 지난 10년 내 가장 높다. 옥수수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공급이 줄어든 밀과 쌀값도 덩달아 올랐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엔 민주당과 언론이 더 적극적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민주당 주도의 친환경 법안 패키지를 마련해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언론도 가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들은 요즘 기후변화와 에너지 등 이른바 ‘그린(green·녹색) 의제’를 선도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압력과 고유가를 기회로 삼아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면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펠로시 의장은 독립기념일인 올해 7월 4일을 ‘에너지 족쇄’로부터 해방되는 에너지 독립기념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날은 미국이 1776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최대 국경일이다. 민주당의 환경정책이 미국 독립만큼이나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발언이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독립’이라는 표현에는 어폐(語弊)가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인간이 에너지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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