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손호철 교수님께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손호철 교수님.

제가 본보 24일자 8면에 쓴 손 교수님과 관련한 기사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기사가 나간 뒤 저와의 통화에서 “다른 신문에 게재될 칼럼을 기사화한 것은 기자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우리 과 교수들에게만 보낸 글은 사적(私的)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기사화했으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동료 교수님들에게 보낸 e메일을 소개한 그 기사를 제가 쓰게 된 경위를 다시 한 번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23일 오전 저는 서강대 관계자에게서 e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제목과 글, 그리고 맨 뒤에 손 교수님의 이름이 적힌 메일이었습니다.

교수님은 그 글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을 신랄하게 비판하셨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는 정국의 ‘태풍의 눈’이었고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런 인물을 손 전 지사의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이자, 손 전 지사가 한때 교수로 재직했던 서강대 정외과 소속의 손 교수님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 자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는 e메일을 보내 준 사람과 통화를 해서 그 글을 손 교수님이 쓰셨고, 정외과 교수 모두에게 보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손 교수님의 글을 e메일로 보내 준 사람도 교수님의 논리와 시각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을 겁니다.

저는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다른 기자들도 교수님 글을 봤다면 저와 같이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손 전 지사가 자신이 벽돌처럼 빼다 붙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가 손벽돌이 됐다’는 글의 골자를 기사화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사적인 글’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정외과 교수 전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면 사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보도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의 글을 e메일로 받게 된 것도 제가 의도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제 기사가 심려를 끼쳤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날카로우면서도 사람 냄새가 물씬 밴 교수님의 칼럼을 기대합니다.

민동용 정치부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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