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정민]“사학법 재개정 위해서… 아멘”

  • 입력 2007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왼쪽)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기독의원 모임 주최 ‘3·1절 기념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이날 예배에서 단상에 오른 목사와 장로 3명은 열린우리당이 2005년 강행 처리한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을 염원하는 기도를 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왼쪽)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기독의원 모임 주최 ‘3·1절 기념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이날 예배에서 단상에 오른 목사와 장로 3명은 열린우리당이 2005년 강행 처리한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을 염원하는 기도를 했다. 연합뉴스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해서 하나님의 귀한 사자(使者)들이 눈물을 흘리며 삭발했습니다. 응답해 주십시오. 특히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정치보다 하나님의 뜻을 받들게 해 주십시오.”

28일 오전 7시 반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사무총장인 정연택 장로가 예배 도중 눈을 감고 큰 목소리로 대표기도를 올렸고 참석자들은 연방 ‘아멘’을 외쳤다.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일부 의원이 삭발까지 한 한나라당 주최 예배 모임의 풍경이 아니다. 이 예배는 열린우리당 기독의원 모임이 주최한 ‘3·1절 기념예배’였다.

이날 예배에는 정세균 의장, 장영달 원내대표, 김성곤 홍재형 최고위원, 김혁규 전 최고위원, 박병석 정무위원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 14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예배가 진행된 1시간 반 동안 단상에 올라온 목사와 장로들은 저마다 사학법 재개정을 염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한기총 회장인 이용규 목사는 “어제 교장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사학법은 반드시 재개정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결의했다”며 “건학이념을 살려서 성경을 가르치고 대한민국을 위해 세계적인 귀한 인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

열린우리당은 2005년 12월 사학법을 강행 처리한 뒤 지금까지 1년 3개월 동안 종교계와 한나라당의 재개정 요구에 불응해 왔다. 최근 정 의장과 장 원내대표 등 새 지도부가 ‘개방형 이사제’ 일부 수정 의사를 밝히고 한나라당과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에 합의하는 등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해 당내에서 강한 반발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목사는 정 의장 등의 ‘태도 변화’를 의식한 듯 “당의장, 원내대표가 신앙을 가지고 계시니까 사학법이 재개정될 줄로 믿는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정 의장과 장 원내대표는 사학법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이 모임의 회장인 배기선 의원만 “기독교 어르신들에게 사학법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많은 반성과 회개 기도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어정쩡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한 참석의원은 모임이 끝난 뒤 “법을 시행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으면 고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뭐 당장 고치자는 건 아니고…”라며 애매하게 말했다.

사학법 재개정 여부를 떠나 정책에 대해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지도자들에게도 당당하게 태도를 밝히지 못하는 게 지금 열린우리당의 현실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