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성규]中‘텃세 판정’ 얼룩진 빙판

  • 입력 2007년 2월 1일 02시 59분


2007 창춘 동계아시아경기 쇼트트랙에서 한국선수에게 불리한 판정이 잇따라 나오면서 중국의 심한 ‘텃세’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지난달 29일 여자 1500m에서 변천사(한국체대)는 3위로 들어오고도 중국의 왕멍에게 밀치기 반칙을 했다는 판정을 받아 동메달을 박탈당했다. 하루 만인 30일 안현수(한국체대)는 남자 500m에서 1위로 골인하고도 역시 실격 처리돼 2위로 들어온 중국의 후쩌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경기장의 대형 화면을 통해 여러 차례 방영된 경기 장면을 보면 안현수가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중국의 리예를 추월하며 밀치기 반칙을 했다는 심판들의 판정이 틀렸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중국 여자쇼트트랙의 최고 스타인 양양A조차 “안현수의 추월은 매끄러웠다”라고 말했을까.

문제는 심판 5명 중 3명이나 중국 심판이 배정됐고 최종 결정권자인 주심이 바로 중국인이었다는 것. 특히 안현수의 실격을 결정한 주심 왕시안은 바로 1996년 하얼빈 동계아시아경기 때 ‘편파 판정’의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 당시 왕시안은 여자 1500m에서 1위로 골인한 전이경을 실격처리하고 중국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 주었다.

순위 싸움을 벌이는 쇼트트랙은 선수들의 신체접촉이 불가피한 데다 비디오 판독도 애매한 경우가 많아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은 정식 종목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일본은 4년 전 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 때 일본 선수가 출전한 쇼트트랙 결승에는 캐나다 국제심판을 주심으로 배정했고 큰 문제 없이 대회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론을 주도하는 이곳 언론들의 보도. 31일자 중국 현지 신문은 ‘전면항한(全面抗韓·전면적으로 한국을 저지하다)’ ‘완승(完勝)’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쇼트트랙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창춘만보는 “여자 500m에서 1∼3위를 중국에 내주자 한국 남자 선수들이 이성을 잃고 무리한 레이스를 펼치다 자멸했다”고 비꼬았다.

내년엔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다. 중국은 벌써부터 종합우승을 차지하겠다며 큰소리치고 있다. 만약 그것이 편파 판정으로 얼룩진 우승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창춘에서

김성규 스포츠레저부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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